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선언서에는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정상화'가 포함됐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은행·금융지주가 경제협력 의지를 피력한 평양공동선언에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tial)투자를 중심으로 북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KEB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금융지주 및 은행이 남북경협 관련 태스트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평화국면에 대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서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 △민족 경제 균형적 발전 △이산가족 문제 해결 △화해·단합 분위기 고조 △핵무기·핵위협 제거 △김 위원장 서울 방문 등을 골자로 하는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금융권은 이 선언 △2조 1항 '남과 북은 금년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2조 2항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선발되며 금융관련 경협에 물꼬를 틀 기수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은 SOC사업으로 분류되며 이는 정부 주도의 금융지원이 필수적이다. 산업은행은 2014년 구(舊)정책금융공사와 통일금융협의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산업은행은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개편하고 전담 조직팀을 신설하며 경협에 힘을 실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남북경협 규모와 리스크를 고려하면 한 두 개 금융기관만으로는 추진이 어렵다"며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 국제 금융기구까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선양, 단둥 등지를 방문하며 남북 경협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이 행장은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산은은 기반을 닦는 일부터 세부적인 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등 할 일이 많다"고 일성했다.

시중은행도 남북 경협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지주를 중심으로 5월부터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를 동원해 대북관련 TFT를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어 경영연구소가 주관해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운영하고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SOC투자 관련 연구 조직도 운영하는 등 대북 관련 연구에도 가속을 붙였다.

계열사 가운데 국민은행은 8월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한 자금을 관리해 본인 사후에 북한 가족에게 상속될 수 있게 지원하는 'KB 북녘가족愛 신탁'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신한금융도 5월 말부터 그룹 내 연구소·전략·리스크·GIB·기업 등에서의 북한 관련 리서치 전문가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에 돌입했다. 또 미래전략연구소, 신한은행 전략기획부 산하 남북경협금융 랩 등을 운영하며 북한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을 중심으로 '남북하나로금융사업단 TFT'를 운영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국 길림에 은행을 운영하는 등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으로의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하나금융지주는 계열사 하나금융투자에 '대북 경협 실무협의체' 구성을 준비하는 등 경협 사업 진출을 그룹 차원으로 확보할 계획도 갖고 있다.

(왼쪽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우리·하나·국민·신한 등 시중은행은 대북 관련 TFT를 운영하며 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각사>

각각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지점을 개설했던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재오픈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사라질 것으로 관측됐던 개성지점을 본점 지하 1층에 임시영업점 형태로 운영하며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은행 중심 TFT를 운영하면서 SOC사업, 사회공헌 등을 포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성공단으로 돌아갈 준비는 다 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지점을 다시 오픈하는 방안을 검토함과 동시에 수익의 일부를 통일기금에 기부하는 상품 출시를 타진하는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이 대북관련 TFT를 운영하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점 개설 등에 대한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우선 대북제재가 풀리고, 국가기관이 인프라에 대한 준비를 마쳐놓아야 은행 입장에서의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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