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일 로봇산업진흥원장이 지난 12일 본지 사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 융합의 기반이 로봇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사진=이태구 기자>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융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과거 1차, 2차 산업혁명이 현실에서 이뤄지고 3차 산업혁명이 가상에서 이뤄진 혁명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다른 부품과 융합돼야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융합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로봇입니다.”

지난 12일 문전일 로봇산업진흥원 원장은 이뉴스투데이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은 로봇”이라며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원의 역할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문 원장은 “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기술과 로봇의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의 주축”이라고 강조했다.

문 원장은 우리나라가 집중 투자해야 할 전략 분야로 ‘서비스 로봇’ 분야를 꼽았다. 그는 “서비스 로봇 시장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며 “넘치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한국 로봇 산업계에 서비스 로봇 분야는 커다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용 로봇, 제조용 로봇 등은 독일 등 선진국이 선점해 소재, 정밀가공기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가 따라잡기에는 기술적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우리나라 로봇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면 ‘서비스 로봇’이 로봇 분야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게 문 원장의 주장이다.

서비스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문 원장이 꼽은 첫 번째 과제는 국내 서비스 부품 기업 육성이다. 현재 제조업 분야를 보면 삼성·LG 등 대기업은 외국 부품을 사용한다. 제조업 로봇은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돼 세계에서 검증된 독일·일본 부품 등을 사용하고 있다. 문 원장은 “서비스 로봇에 사용하는 부품은 제조용 로봇만큼 고정밀도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가 도전해 볼만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문 원장은 ‘협동로봇’도 유망 로봇산업 분야로 꼽았다. 협동로봇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돕는다. 덕분에 공간이 좁은 작업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 적합하다. 문 원장은 “진흥원은 협동로봇에 가장 중요한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로봇이 안전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외국에서 국제 인증을 받아와야 해서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며 “진흥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국제 기준에 맞는 자체 인증을 만드는데 성공, 현재 국내 현장에 적용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저감했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로봇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로봇 보급사업에 매년 15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로봇 기업을 위해 로봇 디자인과 설계 등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한다. 또한 로봇 전문인력 확산을 위해 로봇기업 인력 재교육과 직업전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경진대회 등을 개최해 미래 인재에게 로봇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고 있다.

문 원장은 로봇 산업이 무한한 가능성에 둘러싸여 있다고 강조하며 미래 로봇 직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얹어 줬다.

문 원장이 지난 겨울 평창올림픽 기간 중 열린 '스키로봇챌린지'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제공=로봇산업진흥원>

다음은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과의 일문일답.

Q.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역할과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목표는 이름처럼 대한민국 로봇산업을 진흥시키는데 있다. 첫 번째 역할은 로봇시장 창출과 확산이다. 현재 국내 로봇 관련 기업은 2100여 곳이다. 이 가운데 97%가 중소기업이다. 96%는 매출이 100억원 미만이다. 스스로 시장을 만들기엔 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야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흥원은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기관·개인 등 수요처와 공급기업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단위로 지원도 하고 있다.

둘째는 기업 경쟁력 강화 역할이다. 국내 로봇 개발 기업은 대부분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진흥원이나 다른 기관이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로봇 디자인과 설계, 제작, 인증과정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로봇 생태계 구축도 진흥원 역할이다. 미래 로봇 인재 양성을 위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로봇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또 대학생과 직장인 대상으로 인력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로봇관련 기업에서 일한다 해도 로봇을 전문적으로 배운 직원이 많지 않다. 이들을 위해 ‘현장인력 재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을 못하고 있거나 다른 직종 근무자 가운데 로봇 직종으로 이직을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직업전환교육’ 등도 진행하고 있다.

Q. 우리나라 로봇 산업을 보면 선진국 보다 기술력과 생태계가 열악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가진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로봇산업에는 부품, 부분품, 완제품, 서비스로봇 등 많은 분야가 있다. 우리나라는 소재, 정밀가공기술이 부족해 부품분야가 취약하다. 로봇 주요 부품인 모터나 감속기 등은 소재와 정밀가공기술이 받쳐줘야 하는데 부품 90% 이상을 수입해 사용하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완제품이 출시돼도 일본·독일 등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강점으로 살려야 할 것은 ‘서비스 로봇’ 분야다. 서비스로봇에는 의료재활로봇, 인공지능홈서비스로봇, 농업용로봇, 물류로봇, 재난안전로봇 등이 있다. 이들 분야는 5년 이내에 크게 확산될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집중 지원해야한다. 우리는 서비스시스템구축 분야에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다. 국내 편의점에서는 로봇이 결제를 해주고 제품 설명도 하는 활용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 시장이 확산되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것뿐이다.

Q. 서비스로봇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걸림돌은 무엇인가.

우리 기업이 서비스로봇을 만들 때 국산 부품을 쓰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 부품기업을 육성하려면 수요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삼성·LG 등 대기업에서 국내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검증된 일본·독일 부품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로봇은 향후 로봇 보급사업 과정에서 가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로봇 부품 기업과 완성품 기업 간 상생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Q. 보급사업엔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현재 어느 정도 투입하고 있는가.

현재 연간 150억원 규모로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 중기부에서 추가로 지원받는 90억원까지 하면 총 240억원 가량이다.

Q. 서비스 로봇 외에 ‘협동로봇’도 유망 분야로 꼽히는데.

협동로봇 수요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대기업과 달리 작업공간이 넓지 않다 보니 로봇과 작업 공간을 같이 써야 한다. 때문에 인간과 안전하게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을 원하는 것이다.

협동로봇은 사람 바로 옆에서 작업해야하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이다. 안전 인증을 받기 위해선 산업안전보건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현재 고용노동부가 관리하고 있다. 그간 노동부는 로봇에 대해 국제인증을 받으라고만 했다. 우리나라엔 인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 인증을 받으려면 외국에 나가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부와 진흥원이 함께 자체 인증을 만들었고 현장에서 적용 중이다. 대표적인 규제 개선 성공 사례다. 협동로봇 사업을 하려는 기업이 인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결국 보급사업과 규제 풀기가 시장 확장으로 가는 출발인 셈이다.

Q. 협동로봇의 장점이 있는가.

협동로봇 1호 인증을 한 두산로보틱스에서는 엔진에 전압플러그를 꼽는 작업을 근로자 대신 협동로봇이 맡고 있다. 이 작업을 사람이 하려면 힘이 들어 자주 교대해야 한다. 이제는 로봇이 지속적으로 동일한 힘으로 플러그를 꼽으니 힘도 덜 들고 품질도 좋아진다.

Q. 협동로봇을 사용하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복잡할 것 같다.

로봇자체 문제는 당연히 제조사가 책임진다. 하지만 로봇을 사용하는 주변 환경 등에서 생긴 문제는 수요처가 책임진다. 책임소재를 따질 때 자주 언급되는 자율주행차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복잡할 수 있지만 협동로봇은 이보다 단순하다.

Q. 로봇 산업에 대한 정부 인식은 어떤가.

미국·중국·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로봇 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로봇 시장이 크지 않으니 재원을 막 쏟아 부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질적 성과가 나타나야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Q. 4차 산업혁명 중심이 로봇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융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과거 1차, 2차 산업혁명이 현실, 3차 산업혁명이 가상에서 이뤄진 혁명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AI 등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은 따로 떨어져 있을 때가 아니라 다른 부품과 융합이 돼야 의미가 있다. 이러한 융합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로봇이다.

Q. 로봇 인력양성도 고민 대상이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로봇 전문인력이 3만명 필요하다. 현재 로봇산업 인력은 절반인 1만5000명 수준이다. 대학 관련 학과에서 일 년에 1000명밖에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졸업시켜놓으면 로봇과 관련 없는 기업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정작 로봇 기업은 로봇 직종 유경험자를 원한다.

이런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진흥원은 재교육과 직무전환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로봇기업 직원은 로봇 전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런 직원을 로봇 전문인재로 키우기 위해 다시 교육하는 것이다.

로봇과 관련 없는 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로봇 관련 기업으로 이직을 희망하는 경우나 현재 직업이 없는데 로봇 관련 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직무전환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Q. 로봇산업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가장 큰 오해는 로봇이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조사기관 대부분은 로봇이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로봇이 인간을 완전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는 5%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로봇 보급사업을 하면서 진행한 자체 통계조사에서도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일자리를 18개 창출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제조업에 10억원을 투자했을 때보다 두 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얘기다.

아마존은 로봇을 활용하니 생산비가 저감되고 품질이 향상됐다. 덕분에 물류비용이 줄고 상품가격이 낮아졌다. 상품 가격이 저렴해지니 수요가 증가하고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생산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렇듯 로봇 활용은 일자리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앞으로 로봇 산업이 발전하면 로봇 정비사 같은 신생 직종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Q. 로봇 관련 직종을 꿈꾸는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로봇산업은 여러 분야 융합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어느 한 분야 전문성만 갖춘다면 도전할 수 있는 분야다. 로봇산업을 통해 생기는 일자리 역시 무궁무진할 것이다. 도전해볼만한 유망 분야라고 강조하고 싶다.

<문전일 로봇산업진흥원장은>

문 원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카이스트 기계공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기계항공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LG산전 중앙연구소장, 호서대·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부총장 및 협동로봇융합연구센터장 거쳐 지난 1월 공모를 통해 로봇산업진흥원장에 취임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