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용남 만난 재계 총수… 남북경협 논의 ‘급물살’

[평양공동취재단 / 이뉴스투데이 유준상‧오복음 기자]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면서 경제협력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회담 첫날 삼성, SK, LG그룹 총수 등 방북 수행원들이 북한 리용남 경제담당 내각부총리를 만나 남북 경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기 때문이다.

1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및 주요 기업 대표들이 평양에서 리용남 내각부총리와 남북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재계 인사들은 향후 북한 경제개발 및 대북 투자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철도와 도로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 및 경제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전됐다. 

리용남 내각부총리는 "현재 우리 남북관계 중에서 철도협력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1년에 지속적인 접촉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양역 건너편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 이번 만남이 앞으로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경협주를 중심으로 경협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대차그룹에 가장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창업주와 정몽구 회장의 방북 등으로 국내 기업 중 북한과 가장 인연이 깊을뿐더러 토건‧철강 등 경협 본격화 시 첫 단추를 꿰맬 수 있는 분야의 열쇠를 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총수일가인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대신 김용환 부회장이 방북길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영업본부장을 두루 거친 해외영업통으로 정평이 나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경협 추진 방향과 감각을 익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현대로템,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관련 계열사를 두고 있어 최대 수혜가 전망된다. 대북 건설사업에 이미 참여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과 전동차ㆍ고속전철 등 철도사업을 담당하는 현대로템이 남북 경협의 첫 포문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그룹은 총수가 첫 방북해 관심을 모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대법원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 대외담당 윤부근 부회장이 대신 참석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이 부회장이 참여했다.

삼성그룹은 1‧2차 경협주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확보하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먼저 남북 경협에 물꼬를 틀 것으로 주목받는 사회간접자본(SOC)·건설 부문을 삼성물산이 담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은 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경협 수혜주로 꼽혔다.

사회적 기본 인프라가 구축되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릴 수 있는 2차 경협주가 각광을 받게 되는데 통일 전문가들은 전자 분야가 활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의 내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IT를 주도하는 삼성전자가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는 이미 1989년대 말부터 평양에서 TV와 유선전화기, 라디오 카세트 등 가전제품을 위탁 가공을 맡은 바 있어 북한 비핵화 협상 진전으로 제재가 풀릴 경우 상당한 활약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4대그룹 총수들 중 맏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7년 2차 남북정상 회담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이번 방북에서 역할이 중요하다.

SK그룹은 남북 경협에 활용 가능한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SK그룹은 이미 그룹 차원에서 남북 경협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력 분야인 이동통신, 에너지, 반도체 등에서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은 지난 6월 취임한 구광모 회장이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했다.

먼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남북협력사업에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먼저 LG전자는 2000년대 TV 부품을 북한에 제공하고 조립을 맡기는 임가공 협력을 이미 진행한 경험이 있어 전자사업 분야 진출의 유망주로 부상하고 있다. 또 SK와 함께 통신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북한 ICT 인프라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다. 나아가 LG상사는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이용한 개발과 사업 추진을 기대할 수 있다. 민간에서는 광물수입을 북한산으로 대체할 경우 10년간 약 45조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경협 시 실질적으로 가장 큰 역할을 할 기업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이 직접 방북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당시 “좋아지면 포스코는 남북경협에서 최대 실수요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북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천연흑연 등 원료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는 주력인 철강을 비롯해 건설, 철강, 에너지, 자원 등 경협 핵심 분야 계열사를 두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최 회장의 방북에 발맞춰 경협 시 각 계열사의 핵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계열사 임원을 팀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예상 밖 인물도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다.

북한은 최근 중국 IT산업 집약지인 광저우모델을 눈여겨보고 있는 만큼 IT산업에 관심이 크다. 이에 IT 혁신가인 이 대표가 평양행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평가다. 이 대표의 방북으로 국내 IT산업체의 대북 진출에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