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시호텔 도쿄 긴시초 <사진=이지혜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호캉스 초보시라구요? 목시호텔로 입문 해보세요.”

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낸다는 의미의 신조어 ‘호캉스’. 온라인 호텔예약 업체와 각 호텔에 따르면 호캉스를 즐기기 위해 호텔패키지를 구매하는 이들 가운데 70~80%가 여성이다. 또한 호캉스일수록 여성 혼자 또는 여성 동성 친구 방문 비율이 높은 편이다.

요즘에는 여성 못지않은 감수성과 심미적 취향을 가진 남성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주변에 대다수 남자 지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호텔에서 잠만 자면 되는 거 아냐? 왜 비싼 돈 주고 묵는 거지?”

사실 호캉스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여성조차도 어떤 것이 호캉스냐고 묻는다면 그 답이 궁하다. 여행과 같이 색다른 기분을 선사하지만 역시 1박당 수십만원을 지불하고 잠만 자고 오기엔 아까운 감정이 교차한다.

그러던 차에 여름휴가로 다녀온 일본 목시호텔 도쿄 긴시초에서 답 하나를 얻었기에 경험을 공유해보기로 한다.

목시호텔 도쿄 긴시초 <사진=이지혜 기자>

#AtTheMOXY

8월 25일 오전 11시께 처음 찾은 목시호텔 도쿄 긴시초. 전철로 1~2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도쿄 스카이트리와 아사쿠사는 몇 번이고 왔지만 긴시초역에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역 건너편에 마루이백화점이 위치하고 , 목시호텔은 그 뒤편 블록에 자리한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으로 접했던 색색의 화려한 인테리어와 달리 초컬릿색 네모반듯한 건물 외형이 투박해보인다. 하지만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기다리는 것은 역시나 대표 컬러인 형광 퓨시아 등 현란한 인테리어 가득이었다.

첫 방문객이라면 순간 로비와 프론트 데스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 광활한 공간도 아닌데 길을 잃은 듯한 당혹감이 느껴지는데, 알고보니 음료바가 프론트였다. 캐주얼한 크루 피케티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체크인을 돕는다. 투숙에 필요한 개인 정보를 기입하려고 호텔 볼펜을 쓰는데 검정색이 아니고 보라색이다.

목시호텔 도쿄 긴시초 로비 라운지 <사진=이지혜 기자>

체크인을 하는 동안에도 주변 풍경에 시선을 몇 번이고 빼앗기게 된다. 목시를 운영하는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이 이케아와 협업한 인테리어는 감각적이고 아기자기하다. 저마다 다른 형태의 테이블과 의자가 혼돈돼 있으면서도 어우러져 있었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로비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체크인을 위해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이 사람들은 도쿄까지 여행 와서는 기껏 호텔 안에 있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은 금세 풀린다. 저마다 테이블에 미니 당구대, 젠가, 핀치볼,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한 켠에는 별도로 공간이 있어서 대형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라이브러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분위기다.

목시호텔 도쿄 긴시초 조식 <사진=이지혜 기자>

#ToDo

목시호텔 체인은 젊은 여행객이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객실보다 공용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서로 어울린다는 점에 착안해 이와 같이 로비를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곳에서 식음료도 즐기고 하루 여행을 정리하기도 한다.

공간을 잘 꾸며놓은 것만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여기에 운영 노하우가 추가 되는데 체크인을 할 때 ‘웰컴 드링크’ 쿠폰을 준다. 알코올 음료 또는 비알코올 음료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밤에 숙소로 돌아온 후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공용공간에 나와 음료 한 잔을 하며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숙소에 좀 일찍 복귀했다면 요일에 따라 밤 10~12시 사이에 디제잉 세션이 있어 한층 흥이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도 색다른 정취가 있다. 바에서 판매하는 음료·주류 메뉴 역시 1000엔 전후인 점이 심적 문턱을 낮춰준다.

인근에 도쿄 스카이트리가 있다. 아침 2시간 코스 산책 또는 조깅을 추천한다 <사진=이지혜 기자>

반면에 사적 공간인 객실이 상대적으로 작다. 일본식 비즈니스호텔처럼 20㎡ 사이즈다. 이케아와 협업한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채택돼 있다.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수면 환경으로 50mm 두께 폭신한 토퍼를 시몬스 매트리스 위에 얹어 누웠을 때 한층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조식은 1인 1300엔으로 비즈니스호텔이 통상 800~1200엔인 것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또 상대적으로 일식 요리가 적은 점도 아쉬움이다.  다만 서양식 조식을 즐기는 이들에겐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밥과 미소시루, 달걀요리, 베이컨, 소시지, 오트밀, 야채 샐런러드, 과일 등이 제공됐다. 각자 조식 습관에 따라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웰컴 드링크 쿠폰을 제공한다. 목시호텔 도쿄 긴시초 <사진=이지혜 기자>

#Before

그동안 도쿄에는 30번 넘게 방문했고, 제국호텔, 신주쿠 프린스, 신주쿠 워싱턴, 신주쿠 이비스, 시나가와 프린스, 썬루트 아사쿠사, 도미인 아키하바라 등 각양각색의 호텔에 두루 묵어봤다. 그러다 지난 2016년 도요코인 ‘개미지옥’에 빠져들어 3년째 헤나오지 못하고 있다.

도요코인은 창밖 풍경만 달라질 뿐 세계 어디를 가든 객실 내부 모양이 똑같다. 방에 있으면 여기가 해운대인지, 프랑크푸르트인지, 도쿄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선택 이유는 순전히 가격이다. 대다수 여행객은 통상 도쿄 1박 예산이 1만엔(10만원)인데, 도요코인 회원가는 위치나 요일에 따라 5300~8500엔이면 묵을 수 있어 최대 반값에 묵을 수 있다.

밤에는 디제잉 세션이 있어 바에 흥과 파티분위기를 더한다 <사진=이지혜 기자>

하지만 이번 여름만큼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힙한 호텔 체인 ‘목시’에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비록 조식 포함 2박 요금이 37만8000원으로, 토요코인 대비 20만원이나 비쌌지만 말이다. 나름 정취가 마음에 들어 다음 오사카 방문 때는 목시 오사카 혼마치를 가보려고 한다. 

호텔 이름 목시(MOXY)는 영어 'moxie'에서 따왔고, ‘용기’, ‘투지’를 뜻한다. moxy라는 스펠링은 “깡 있다”와 같은 뉘앙스로 쓰이기도 한다. 목시호텔은 2014년 첫 선을 보였고, 현재 유럽에 24개, 미국에 12개, 아시아에는 인도네시아 1개, 일본 2개가 있다. 향후 2년 내 개관 계획이 잡혀 있는 호텔 갯수가 전세계적으로 약 70개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주로 젊은층이 많이 찾는 도시에서 선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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