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환자의 몸에 AI칩을 이식해 치료한 영화 '업그레이드' 중 한 장면. <사진=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업그레이드’ 개봉 일주일이 지난 13일 국내에서 1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개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먼저 본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14일 기준 좌석점유율 5위(3.1%)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영화 ‘업그레이드’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가 된 주인공 그레이(로건 마샬 그린)가 인공지능(AI) 칩 ‘스템’을 이식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후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 그레이는 ‘스템’을 통해 전신마비를 딛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뿐 아니라 초인적인 힘을 얻고 스스로 사고하는 ‘스템’과 협업해 사건을 파헤친다.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는 것은 바로 AI다. 특히 AI를 뇌에 이식해 전신마비를 치료한다는 발상은 사건의 발단이 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AI가 뇌를 대체하는 것에 대해 학계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생각만으로도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으며 전신마비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뇌의 일부분을 인공으로 만들어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에서는 2012년 ‘브레인게이트’는 뇌에 반도체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칩은 생각만으로 로봇팔 등을 움직일 수 있어 전신마비 환자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GE리포트코리아는 2016년 브레인게이트는 현재 GE글로벌리서치와 협업해 뇌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자극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브레인게이트를 이끌고 있는 존 도나휴 브라운대 신경과학과 박사는 “신경과학의 장기목표는 마비나 수족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동작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E글로벌리서치의 크레이그 갈리건 엔지니어는 “GE는 신경 자극과 기록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초소형 전자공학 뇌 임플란트’를 제작한다”고 전했다. 

인공 시냅스 모자 소식도. <사진=대구경북과학기술원>

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이명재 지능형융합소자연구실장 연구팀은 지난달 인간의 뇌를 모사한 인공 시냅스 개발에 성공했다. 

시냅스는 인간의 뇌에 있는 뉴런과 뉴런이 신경 흥분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축색돌기와 수상돌기가 만나는 부분으로 뇌 속에 수십조에서 수백조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시냅스 소자는 전기신호의 강도에 따라 탄탈옥사이드층의 저항값이 점진적으로 커지거나 작아지면서 뇌의 시냅스 기능을 모사한 전기적 시냅스 소자다. Ta2O5-x의 한 층에서만 전류 제어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기존 소자의 내구성 특성 한계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뉴런 간의 시냅스 연결 강도를 조절해 기억을 저장하는 장기강화작용, 기억을 지우는 장기억제작용 등 기억의 생성과 저장·삭제 과정인 시냅스 가소성을 구현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인공 시냅스 소자는 저전력 병렬 연산이 가능해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 정보처리를 위한 초절전 소자 혹은 회로로 사용할 수 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개발과 두뇌 모방형 반도체와 같은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소자 기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그레이드’에 등장한 것처럼 AI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뇌를 모사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명재 실장은 영화에서처럼 AI가 인간의 뇌를 대체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실장은 “두뇌 모방형 반도체의 개발이 진행되고 이를 디바이스로 구현할 수 있다면 인간의 뇌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분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치매나 전신마비 등 뇌손상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처럼 윤리적인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의 기술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뇌를 완전히 대체한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치료의 목적으로 뇌 일부분만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건 없다”며 “인간의 뇌를 완벽하게 대체할 AI가 만들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인간과 AI의 장벽이 허물어진 사례는 영화를 통해 여러 번 등장하고 있다.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져’에서는 박사의 의식을 컴퓨터에 수십 년 동안 보존한 모습이 등장하고 닐 블룸캄프의 영화 ‘채피’에서도 사람의 의식을 데이터화 해 로봇에 이식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같은 기술이 개발되면 인간의 몸은 죽더라도 기억과 의식은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기술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관련학계 전문가는 “AI와 뇌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고 반도체 기술도 끊임없이 발전한다면 먼 미래에는 가능할지 모를 기술”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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