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재계 1·2위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분 확보’와 ‘지분 매각’이라는 각기 다른 숙제를 받아들었다. 모두 당국이 강조하는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어 그룹 내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최근 입법예고 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향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새로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이들이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을 종전보다 10%포인트 높인 각각 30%와 50%로 강화했다. 다만 기존 지주회사에는 소급적용하지 않는다.
이로써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SK그룹, LG그룹과는 달리 지주회사 전환을 미뤄온 삼성은 커다란 걸림돌 하나를 추가하게 됐다.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30%를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19.3%, 4.7% 보유 중이다. 삼성물산 지분 중 31.17%는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삼성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선 막대한 자금 압박을 넘어서야 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현행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인 20%만 확보하려고 해도 수십조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29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무지분율을 10%포인트 늘린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삼성 지주회사 전환은) 결국 이재용 부회장 결단 문제”라고 언급하며 삼성 지주회사 전환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삼성으로선 자금과 당국 압박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와는 달리 현대차가 눈여겨보고 있는 건 ‘사익편취 규제 강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 기준이 되는 총수일가 지분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했다.
정의선 부회장 등 현대차 총수일가는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9.9%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총수일가 지분을 30%(상장사)로 제한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자 이를 벗어나기 위해 제한선 턱밑까지 낮춘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다시 한 번 지분 9.9%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향후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 부회장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 3월 내놓은 첫 번째 개편안은 엘리엇과 국내 시장 등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광고 계열사 이노션도 총수일가 지분을 매각해야 할 대상 중 하나다. 이노션 지분 역시 현대글로비스와 마찬가지로 현대차 총수일가가 29.9%를 보유 중이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 27.99%, 정 부회장 2% 등이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57.1%로 내부거래 규제 기준인 12%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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