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트렌드와 환경이 시시각각 바뀌고 도전과 경쟁이 끝이 없습니다. 기업이 신상(新商)을 꾸준히 내놓는 것은 이러한 변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서이며, 우리가 그 승패를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에 본지는 신상품이 출시된 이후 실제로 시장에서 어떤 반응과 평가를 얻었는지 분석하는 코너 [신상e후]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일주일 전 예약하지 않으면 대기해야 한다고 알려진 중식당 '팔레드신'이지만 지난 10일 당일 예약도 되고, 업장 내에 방문객수도 3분의 1 수준이었다 <사진=이지혜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웨스틴, 포포인츠 등 글로벌 체인으로 호텔사업을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독자 브랜드로는 첫 선을 보인 ‘레스케이프’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야심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신세계그룹이 오랜 세월 호텔을 운영해 온 노하우가 이 신상에 녹아 있을지, 앞서 롯데와 삼성이 진출한 신규 사업인 비즈니스호텔 체인 ‘롯데시티호텔’, ‘신라스테이’와는 어떻게 차별화를 두었을지 등이 관심 포인트였다. 특히 정 부회장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수제맥주 펍 데블스도어와 같은 차별화 된 신상을 선보인 바 있어 더더욱 기대감이 컸다.

그 결과 7월 19일 개관한 레스케이프는 프랑스 파리를 모티브로 한 부티크호텔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통 5성급호텔인 웨스틴조선과 비교하자면 하드웨어적으로 레스케이프는 수영장이 없고, 연회장이 없다. 이를 과감하게 생략한 대신 프랑스, 싱가포르 등 세계 유수 부티크호텔이 그러하듯 눈길을 사로잡는 근사한 객실과 실내 인테리어, 매력적인 레스토랑과 바, 라운지만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필드 개발·기획에 임원으로 관여했던 김범수 레스케이프 총지배인은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분야별 최고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생기는 플랫폼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신세계와 이마트가 가진 다양한 콘텐츠들이 사람들과 만나는 접점이 되고 실험대가 될 수 있다”고 아이덴티티를 밝힌 바 있다.

김 총지배인 설명과 같이 레스케이프에는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크리에이터가 다수 모였다. ‘부티크호텔의 창조자’로 불리는 자크 가르시아가 인테리어를 했고, 홍콩에서도 손에 꼽히는 모던 차이니즈 레스토랑 ‘모트 32’, 런던 플로리스트 토니마크류, 조향사 알리에노르 마스테, 월드 베스트 바 1위를 만든 ‘택소노미’ 등 쟁쟁한 선수들이 합류했다.

개관 기자간담회 때 참석한 크리에이터들. 하나 같이 쟁쟁하다 <사진=이지혜 기자>

그렇다면 신상 레스케이프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 반응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식음업장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객실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두 분야 모두 가격을 핵심 변수로 꼽는다. 식음업장은 일류 레벨이면서도 기존 특급호텔보다 30~50% 낮게 책정해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웠고, 객실은 신라서울이나 웨스틴조선에 못 미치면서도 오히려 가격을 높게 책정해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는 것.

한 호텔 업계 전문가는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는 운영자 마음이겠지만, 요즘처럼 SNS와 인터넷을 통해 체험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에 비싼 가격이 명품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특히 호텔은 다른 분야에 비해 '등급 심사‘란 방식으로 소비자가 참고할 수 있는 서비스 표준화가 구현돼 있고, 이 등급이 시장가격과도 실제로 매칭이 된다. 레스케이프는 아직 등급심사를 안 받았지만 선례를 비춰봤을 때 4성급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가 운영하는 웨스틴조선은 국내 최고 등급인 5성급 호텔이고 같은 5성급 내에서도 상위 그룹에 꼽히는 한국 대표 호텔”이라며 “이러한 점은 신세계조선호텔이 가장 잘 알고 있을텐데 레스케이프 객실료를 웨스틴조선보다 높게 책정하고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 아니고 뭐겠는가. 더군다나 투자로 치면 1위로 꼽히는 신라호텔조차 성비수기에 따라 레스케이프보다 더 낮은 가격을 내놓기도 하는데, 레스케이프가 두 달 째 객실 점유율이 50%도 안되는데 가격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허장성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레스케이프 객실 모습. 낮은 조도, 카페트와 벨벳, 꽃무늬 등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사진=이태구 기자>

한편 객실 인테리어와 관련한 소비자 리뷰를 온라인호텔예약업체, 블로그 등을 통해 살펴보면 ‘카페트 바닥이어서 가기 싫다’, ‘꽃무늬가 촌스럽다’, ‘객실이 너무 어둡고, 창도 없어 답답했다’, '모텔 같다', ‘고급스럽긴 한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등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7월 개관 당시 객실료. 9월 현재는 주중 기준 레스케이프: 딜럭스 더블 아틀리에 34만1000원, 웨스틴조선서울: 비즈니스 딜럭스 더블룸 42만3500원. 가을을 맞아 회의와 출장이 맞은 시기로 웨스틴조선 객실료가 인상됐다 <자료출처=호텔 예약 사이트>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