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브랜드가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12.4% 감소한 3200여대 판매에 그쳤다. 특히 렉서스는 같은 기간 50% 넘게 줄어든 560대 판매에 그쳤다. 베스트셀링 모델인 'ES'가 신형 모델 출시에 앞서 재고를 소진한 여파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의 대대적인 할인 공세와 촘촘하지 못한 판매 라인업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10월 출시 예정인 렉서스 신형 ES.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BMW 화재 사태'로 일본차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관측이 엇나갔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공격적인 할인 공세를 퍼부으며 BMW 이탈 고객을 대거 흡수했다. 일각에서는 판매 라인업이 느슨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 영향도 있다고 지적한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일본차(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 5개사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6.9%로, 전년 동기 21.1%보다 4.2%포인트 하락했다.

업체별 8월 판매량을 살펴보면 △토요타 1326대 △혼다 724대 △렉서스 560대 △닛산 459대 △인피니티 178대로, 총합은 3247대다. 전년 동기(3708대) 대비 12.4% 감소한 수치다.

일본차가 강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도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팔린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은 1780대로, 전년 동기 2152대보다 17.3%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전년 12.3%에서 9.3%로, 3%포인트 떨어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불거진 BMW 화재 사고 논란으로 일본차 성장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디젤 차량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높아지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수요가 이동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2016년 '디젤게이트' 사태로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일본차는 반사이익 효과를 누렸다. 디젤게이트가 수면 위로 부상한 2015년 당시 10%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0%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BMW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었다.

일본차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표면적인 원인으로는 렉서스의 재고 부족이 꼽힌다. 렉서스는 오는 10월 베스트셀링 모델인 'ES'의 신형 출시를 앞두고, 물량 대부분이 소진됐다. 때문에 실적은 전년보다 50% 넘게 줄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차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다고 분석한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약 2년간의 판매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 공략을 내세웠고, BMW 이탈 고객을 흡수했다. 이 두 브랜드는 신차를 출시하면서 현금할인과 바우처 증정, 보증 연장 등 1000만원을 웃도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할인카드를 꺼내든 덕분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지난달 각각 2098대, 1820대를 판매했다. 또 수입차 시장의 양대산맥인 벤츠와 BMW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반면 일본차는 할인 정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아우디와 폭스바겐으로의 소비자 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판매 라인업이 타 브랜드에 비해 촘촘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차 중 가장 인기가 높은 렉서스의 판매 차종은 20종(엔진·트림별)에 못 미친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 인피니티는 10종 내외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BMW와 벤츠의 판매 차종은 50종이 넘는다. 일본차를 제외한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평균적으로 15~30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일본차가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하지 못했고,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본차 브랜드들이 하반기 내 신차 출시를 계획 중인 만큼,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렉서스와 토요타는 연내 중형 세단 '뉴 제너레이션 ES'과 플래그십 세단인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5세대 모델을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닛산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엑스트레일'을, 인피니티는 중형 SUV 'QX50'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BMW의 잠재 고객이 아우디와 폭스바겐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일본차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일본차는 하이브리드 위주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판매 차종을 확대할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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