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일 서울시 은평구 도서관마을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생활SOC의 방향을 제시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과 있는 현장 직원들과 문 대통령.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가 발표한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계획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최근 8조7000억원 상당의 생활밀착형 SOC예산 편성을 발표하면서 그간 축소 기조를 유지해온 관련 정책에서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건설 투자=적폐'라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현장 상황에 맞춰 정책 실효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 마을을 발문한 자리에서 "과거에는 대규모 SOC위주의 정책으로, 주로 도로와 철도, 공항, 항만에 투자해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발전시켰으나 일상에 필요한 생활 기반 시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대규모 토목 SOC와 차별화해 생활 SOC라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낙연 국무총리도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어 오는 2018년 8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99곳에 생활SOC를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우선 재원 마련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지난해 복지지출 증가율은 12.9%로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며 "잠재성장율이 2% 안팎으로 떨어지고, 경직성 지출인 복지지출 비중이 50%나 차지하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생활밀착형 인프라 전체 사업 건수는 총 655건이다. 이에 총사업비는 오는 2020년까지 69조600억원에 달할 전망이지만, 업계에서는 순수 건설 SOC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연 부총리도 SOC 예산 재검토와 생활인프라 확충을 주문했지만 정책의 큰 틀은 여전히 동결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복지를 내세운 화려한 구호보다는 건설업이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현실을 먼저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유발 효과가 크다. 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0.2로, 전 산업 평균 8.7은 물론이고 제조업 6.1보다 높다. 취업유발계수 역시 건설업 13.9는 전 산업 평균 12.9를 웃돈다.
 
즉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일자리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로, 문재인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향후 5년간 SOC 예산을 평균 6%씩 줄이기로 한 국가재정운영계획(2016∼2020)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와 함께 통상 국비 지방비 비율이 50대50 매칭으로 이뤄지는 사업구조로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시재생도 남의 일이라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행안부가 발표한 2018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광역단체별 재정 자립도는 서울(82.5%), 세종(69.2%), 인천(63%), 경기(59.8%) 순으로 편차가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화 함께 추진하는 매칭 사업이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선 오히려 부담이라는 것.
 
실제 지난 2014년 이후 복지지출 증가로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하락세로 접어들어 올해도 53.4%로 지난해 53.7%보다 낮아졌다.
 
또 정부가 발표한 사업들이 지역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아 현재 노후화된 시설물에 대한 투자 및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목소리다. 정부가 내년 한 해 동안 8조7000억원을 투입키로 한 주요 사업을 보면 체육관, 공공도서관 등 문화·체육시설 확충, VR체험존, e스포츠 경기장 등이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보통 건설사들이 SOC 사업계획을 세울 때는 시설노후화 정도 등 지역별 특수성을 먼저 따진다"며 "지역별로 노후 시설이 천차만별인 상황에 기존에 해오던 일과는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시설안전공단이 관리하는 대형 SOC 시설물만 봐도 30년이 넘은 시설물 비중이 2014년에 10%에서 2024년에는 22.2%로 급증할 전망이다. 또 서울시 상ㆍ하수도는 이미 48%가 30년이 넘은 상태다.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정부의 SOC 예산은 1970년대부터 누적된 인프라의 감가상각비, 즉 재투자비용을 빼놓고 계산한 것”이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한국경제가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재투자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정책으로는 최대 47조2000억원이 부족하다"며 "이 상태로 간다면 경제 성장에도 직격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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