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국내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정부와 업계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국내에서 가상화폐 공개(ICO)를 규제한데 이어 가상화폐 거래소의 벤처 업종 제외를 추진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4일 ‘벤처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접수를 마무리하고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심사를 요구했다. 규개위와 법제처 심의,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통과하면 다음달 초부터 공포 즉시 시행된다. 

중기부는 지난달 ‘블록체인 기반 암호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지정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블록체인 업계는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후폭풍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KBEPA)는 “이 개정안이 확정·시행될 경우 창업을 준비하던 업체들은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 조달을 거부당할 수 있고 세금 감면과 코스닥 상장 심사, 정부 사업에 대한 우선 참여에서 배제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우리나라는 아직 블록체인 본연의 산업 생태계 조성도가 낮아 암호자산 개발 인력들의 95%가 암호화폐 개발 및 매매중개업종에 종사하고 있어 매매중개업 생태계가 고사될 경우 이들이 조건이 좋은 일본 등 외국으로 이탈 및 관련 기술 유출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매중개업 생태계가 고사될 경우 심각한 자본 국외 유출, 국내 투자자 보호 불가, 세금 과징 및 범죄 추적 등 국가주권 행사 한계가 발생하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성장 및 혁신성장 전략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KBEPA는 이같은 부작용은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정부는 6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한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2022년까지 기술 상대 수준을 90%로 끌어올리고 전문인력 1만명, 전문기업 100개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올해 초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불법행위 차단과 함께 투기 과열은 진정시키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한다는 원칙을 놓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안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기조의 바탕으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국내에서 ICO를 전면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국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업들은 ICO를 추진하기 위해 싱가포르나 홍콩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ICO를 진행한 한 블록체인 기업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한국어 사이트를 내놓지도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블록체인을 하기 너무 어려운 환경”이라며 “ICO 전면 금지가 계속 유지된다면 결국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어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개별 사안으로 두고 접근하는데 대해 야권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늦었지만 정부가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전전략을 마련한 것은 중요하다”며 “다만 가상화폐에 대한 언급이 빠져 반쪽전략이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미국과 중국, 일본은 블록체인의 큰 물결을 타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방관자적인 입장”이라며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적 장치와 정책 지원이 미비한 가운데 거래소 해킹과 가짜 ICO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유오수 위즈블 대표는 최근 메인넷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블록체인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규제를 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업은 정책과 행정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의 활성화는 하늘이 문재인 정부에 준 큰 행운이었으나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일자리 창출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물론 부작용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은행보다 더 안정적인 피해구제를 제공하는 거래소 산업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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