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로 일감이 고갈된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예전 모습.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부문이 사실상 문을 닫은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미국 로즈뱅크 프로젝트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올해 수주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로 액화천연가스(LNG)추진·운반선에 대한 신규 발주 증가로 국내 조선사가 중국을 제치고 수주를 독식하는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야기된 국제유가 상승에도 해양플랜트 발주는 지난해 글로벌 4건에 그쳤고, 올해 입찰이 완료된 프로젝트 역시 단 한건도 없다.

정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치 변수로 인한 단기적 움직임을 보고 장기투자를 진행할 오일메이저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셰일의 등장으로 국가적 전략 차원에서도 심해에서 석유·가스를 끌어 올리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맞지 않는 선택이 됐다”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 등을 탐사하고 추출하는 설비다. 채취의 어려움으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프래킹(fracking, 수압파쇄) 공법을 통해 굳어진 암석층(혈암)에서 석유를 끌어 올리는 셰일 채취 비용은 35달러에 불과하다. 또 중동 사막 등 육상에서 생산하는 석유 채취 비용은 더 싸다.

이처럼 해양 석유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국내 해양플랜트 ‘수주 가뭄’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게다가 고임금 구조가 고착화된 국내 조선업계와는 달리 중국과 싱가포르는 최근 말레이시아·네팔·인도 등 주변 국가에서 저렴한 인건비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해양 플랜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잔량이 빠르게 급감하면서 현재는 해양사업본부 유휴 인력을 선박건조 부문으로 보내는 동시에 희망퇴직을 추진 중에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2건의 해양플랜트를 수주에 성공해 일감은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전체적인 업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 목표로 27억달러를 제시했지만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던 요한스베드럽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노르웨이 조선소에 졌다. 이와 함께 로즈뱅크 수주전에서도 최종 후보선정 과정에서 밀려나 2019년 흑자 전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도 드릴쉽 6척, 원유생산설비 1대 가량의 수주 잔량이 남아 있지만 지난 2014년 이래 신규 수주가 없다보니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미국 오일 메이저 셰브론이 발주한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규모의 해양플랜트인 로즈뱅크 프로젝트 수주를 두고 싱가포르 셈코프마린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이번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한다면 다른 조선사들에게도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싱가포르의 저가 공세를 기술로 타개할 수 있다는 첫 사례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수주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NH투자증권은 “해양플랜트의 부재도 끝을 보이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총 11개 프로젝트, 165억 달러 수주물량이 국내 조선사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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