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조선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크레인 사고 등 대형 산업재해의 원인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있어 건설업종의 하도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는 6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조선업의 중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다단계 하도급에 대한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작년 5월 노동자 6명의 사망을 초래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와 그해 8월 노동자 4명이 숨진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에 관한 조사결과와 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 제안을 담고 있다. 조사위는 두 사고의 조사를 위해 작년 11월 민간 전문가 등 16명으로 출범한 기구로, 6개월 동안 조사 활동을 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2007년부터 작년 9월까지 10년간 조선업에서 발생한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324명인데 이 중 하청 노동자가 257명으로, 79.3%에 달했다. 원청 소속 정규직 노동자는 훨씬 적은 66명이었다.

같은 기간 조선업에서 사고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모두 1만6343명이었다. 사고 유형으로는 떨어짐(3872명)이 전체의 23.6%로 가장 많았고, 넘어짐(2892명), 물체에 맞음(2158명), 끼임(2151명)이 뒤를 이었다.

추락 사고가 가장 많은 것은 조선업 노동자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등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선업의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음에도 정부의 행정 처분은 미온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위는 "정부의 행정 처분은 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금액도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 동안 조선업 산업재해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2천6건이었고 전체 규모는 25억2천만원이었다. 1건당 126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다단계 하도급을 제한하는 등 원·하청 고용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조사위의 지적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작년 8월 기준으로 재하도급 업체는 137곳에 달했고 재하도급 노동자는 3251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사내협력사 노동자 2만3643명의 13.8%에 해당한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는 안전관리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안전관리 규정이 무력화되기 쉬운 것으로 조사위는 보고 있다. 또 체계적인 안전교육도 제대로 안 돼 상당수 노동자의 안전교육 수준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위 한 관계자는 "조선업에서 재하도급은 노동자 중대 재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게 바람직하며 필요하면 법·제도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업무의 도급화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경기 변동에 따른 고용 유연화 필요성이라는 고육지책에 국한해야 한다"며 "비용 절감만 지향하는 외주화는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지적을 받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현행 안전보건시스템과 충돌하는 것은 국내 제조업 전반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조사위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감독·보호 의무 강화, 하청 업체의 안전보건 역량 강화 지원,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 역량 강화, 안전보건 친화적 원·하청 도급계약 체결 의무화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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