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매립지 위에서 바라다본 제3매립지 전경. 향후 7년간 수도권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를 수용할 예정이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향후 7년동안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1450만톤의 폐기물을 수용할 '제3-1매립지'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과거 '매립지'라 하면 연상되던 쓰레기로 뒤덮힌 광경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탁 트인 도로와 푸른 가로수로 이뤄진 전경은 최적의 드라이브 코스처럼 느껴졌다. 출입이 통제된 3-1매립지 인근 지역에는 수도권 50여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모여든 쓰레기 수거 트럭만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5일 오전 인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 본사를 방문한 뒤 이틀전부터 폐기물 반입을 시작한 3-1매립지 모습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3-1매립지 면적은 103만㎡ 규모로 이를 한 눈에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바로 옆 제2매립지 서측 언덕에 오르자 현장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갓 들어온 폐기물 매립작업은 가장 안쪽 모서리서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이 매립지는 해당 지자체와 갈등으로 공사가 1년 가량 늦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정을 지체하면 포화상태가 된 쓰레기를 방치할 수밖에 없어 기존 공사를 1단계와 2단계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쓰레기가 쌓이면 형체가 사라질 8개 매립 구역 밑바닥 원형(原形)은 반듯하게 정돈된 바둑판 모습이다. 구역 하나의 넓이는 가로 220m와 세로 240m다. 과거에는 가로가 300m까지 설정됐으나 크기가 확연히 줄었다. "쓰레기 분리수거 생활화로 과거보다 폐기물 배출이 절반 가량 줄어든 동시에 처리 기술이 발전한 결과"라는 것이 SL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3-1매립지는 '안전 우선주의'와 '첨단 기술력'이 집결된 곳이다. 공사는 그간 일부만 적용된 '지하수 배제층'을 전체 매립 면적에 적용했다.

매립 지면 위에 고밀도 폴리에틸렌 부직포(HDPE 시트)설치는 물론 오염물질 차단을 위해 국내외 규정보다 더 강화된 기능을 갖춰 침출수 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염류제거시설과 침출수 재순환시설 등 첨단시설을 추가해 단 한방울의 침출수조차 매립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는 10월 폐쇄예정인 제2매립지에서 마지막 매립작업이 한창이다.

8단으로 쌓이는 쓰레기는 통상 단위면적당 40만톤 무게다. 공사는 이를 떠받치기 위한 '지지층' 역시 160만톤 하중까지 견디도록 16cm이상으로 설계하는 동시에 지진도 대비하고 있다.

매립지 인근에서 악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바람과 기후 영향으로 쓰레기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어느 정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SL공사측의 설명이다. 날씨가 습하거나 흐린 날 냄새가 바다쪽으로 달아나지 못하고 주변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인천 서구청이 24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해 감독 중에 있다.

현장 관계자는 "일일 복토(흙을 부어 덮음) 등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5시간 안에 무조건 묻는다는 방침을 정해 냄새 확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냄새 유발물질인 황화수소를 줄일 수 있도록 생활폐기물과 건설폐기물을 분리 매립하는 분리매립공법을 최초로 도입해 악취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

3-1매립지의 정돈된 모습을 확인한 뒤 오는 10월이면 그간의 임무를 마치게 될 제2매립지를 둘러봤다. 지난 2000년 10월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쓰레기를 18년간이나 수용해온 역사의 현장은 어느덧 381만㎡ 면적의 거대한 공원으로 거듭나 있었다. 

매립가스를 이용하는 세계 최대 50MW 규모의 발전소 전경.

우리나라의 단위 면적당 폐기물 발생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다. 이렇다보니 매립지 규모도 세계 최대다. SL공사 관계자는 "2000년부터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돼 당초 10년이면 모두 채워지리라 예상했던 수용기간이 18년으로 늘었다"며 "넘치는 폐기물을 어떻게하면 자원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매립지 곳곳에 박힌 699개의 포집정(파이프라인)은 매립된 폐기물로부터 메탄가스를 빨아들여  발전소로  보낸다.  50MW급 매립가스 발전소뿐만 아니라 고형연료(SRF), 바이오매스 발전소, 하수슬러지자원화 시설 등도 가동하고 있다. 하나의 쓰레기도 쓸모 없이 버리지 않겠다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50㎿급 매립가스 발전소는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2매립지에 설치된 총 699개의 포집정에서 메탄가스를 채취해 하루 120만kWh 전기를 생산한다. 인구 4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발전량이다.

지난 2000년까지 6500만톤 분량의 쓰레기 매립이 마무리된 1매립지는 골프장으로 바뀌었다. 559억원을 들여 조성된 드림파크CC는 36홀 규모로 지역 주민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드림파크 골프장으로 통하는 길. 2000년 폐쇄된 제1매립지가 주민들을 위한 골프장으로 변해 있다.

쓰레기매립지 공간을 생활체육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나라보다 엄격한 관리 수준 때문이다. 현창열 SL공사 기술사는 "세계 최대 매립지인 만큼 관리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도심 한가운데 아름다운 매립지라는 모토로 냄새는 물론 한방울의 누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관리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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