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의 전폭 지원에도 해운업이 위기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운임·고유가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은 해운업 재건 계획에 따라 지난 7월 출범한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국내 해운업체들에 대한 금융지원 및 선박 투자 보증 등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오는 2020년까지 벌크선 140척과 컨테이너선 60척 등 200여척 이상의 신조발주가 목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 해운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각오지만 해운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변수가 만만치 않다.

먼저 물동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운임의 문제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4일 901.66에서 939.28로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평균 SCFI는 814.72로 지난해 대비 1.5%포인트 낮은 상황에 갇혀 있다.  해운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운임의 원인을 컨테이너선 초대형화 경쟁으로 인한 공급 과잉에서 찾고 있다. 즉 글로벌 물동량 감소에 대비해 제품을 미리 확보하려는 물류회사가 늘어난 것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지속되는 유가 상승도 해운업계에 악재다. 현재 국제유가는 7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11월부터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면 9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에 따른 석유 생산 차질도 우려돼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글로벌 무역 분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느 경우에도 해운업계에 불리한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6)도 부담이다. 새 기준에 의하면 생산·운용설비 리스 계약시 관련 자산과 부채를 모두 장부에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용선(빌린 선박)을 운용리스로 대부분 회계처리해오던 국내 해운사들 사이에서는 부채 비율 급증에 대한 공포감마저 감돌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파산은 소유선박을 팔고 임대료를 내는 용선으로 선단을 채운 것이 주된 이유였다"며 "용선료가 치솟게되면 부채비율 급증에 버틸 수 있는 해운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 현대상선도 발목이 잡혔다. 당초 물동량 증가로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을 전망했던 현대상선은 올 2분기 연결기준 1998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1분기까지 합하면 상반기 전체 적자는 3699억원에 달한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도 최근 한국선주협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금의 유가, 운임 추이라면 2020년 2분기에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1, 2분기 유가 상승이 예상치를 넘어서 연간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도 현대상선에 행후 5년간 5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수조원의 수혈을 받아온 회사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자칫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정부가 저운임·고유가 극복 전략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어야 여론 악화로 인한 악순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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