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원전 인력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1(우),2호기 전경. <사진제공=한수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고급 원자력 인력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해외 원전 국가들이 국내에서 설 자리가 없는 원전 인력에 관심을 보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 유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하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했다고 밝혔다.

연구 용역 결과 현재 탈원전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국전력기술과 한국수력원자력과 계약을 체결한 원전 관련 업체 697곳 중 주기기‧보조기기·예비품 부문업체 약 400곳의 산업 이탈이 전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전체 원전사업자의 57% 규모다. 특히 설계부문 업체 중 산업을 유지하겠다는 업체는 단 한 곳 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산업 일자리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원전 산업 인력은 해외 원전 추가 수주가 없으면 현재 3만8800명에서 2030년 2만7000명으로 감소한다.

하지만 해외 원전 수주 성공 여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사우디 원전 2기와 소형 원자로 2기를 수주하면 2030년 2만7100명, 사우디와 영국 원전 2기를 수주하면 2030년 2만9800명이 된다. 두 경우 모두 2023년부터 인력수요 감소가 시작돼 2025년부터 수요가 현재 인력인 3만8810명보다 적어진다.

만약 사우디, 영국에 더해 체코와 폴란드에서 각 2기를 수주하면 2030년에도 올해 수준인 3만9500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산업부는 원자력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원전 수출과 신재생에너지 일자리 확충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장기적으로 인력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이지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탈원전으로 원자력 일자리가 감소하지만 원전 수출과 신재생에너지 인력 확충으로 일자리 절대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원전 수출로 일자리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원전 공사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사업권을 인수하더라도 각종 인허가 절차가 4~5년 걸린다는 게 원전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원전업계 전망이 어두운 공백 기간 동안 국내 우수한 원전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중국, 대만, 러시아 등에서 한국의 원전 고급 인력을 빼가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형 원전 개발 책임자 이병령 박사는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대만과 미국 등이 한국 원전 설계 인재를 데려가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60년 동안 쌓은 기술이 유출될 위기다”고 진단했다.

한 원전 부품 생산업체 종사자는 “기술 인력들 중 30‧40대는 대부분 이직을 고려하고 있고 해외로 나가는 것도 시간문제”라면서 ”원전산업 성장이 멈추면서 일자리를 잃은 인력은 해외로 나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전문가들은 국내 원전 인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 방지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관련학과 교수는 “고밀도 원전 기술은 5년이 뒤처지면 경쟁력을 극복하기 상당히 힘들다”면서 “원전은 조선·철강 못지않게 한국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만큼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고 수출산업 육성을 위한 세밀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수원은 기존 원력 인력을 원전 해체 작업에 투입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탈원전으로 원전 해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해체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상황”이라며 “기존 원전 고급 인력들을 원전 해체 작업에 투입시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반 절차를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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