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일러업체 1위 '바일런트'가 한국 진출 4년 만에 사실상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거실에 위치한 바일런트 보일러.<사진출처=바일런트그룹코리아블로그>

[이뉴스투데이 신승엽 기자] 글로벌 보일러 1위 업체 바일런트가 한국 진출 4년 만에 알토엔대우에 국내 영업권을 넘기며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일런트는 연 매출 약 24억유로(3조1000억원), 임직원 1만2300여명 규모를 기록한 독일의 글로벌 보일러업체다. 전 세계 20개국이상 지사를 운영하고 7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설립된 바일런트 한국지사는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국내 보일러 시장에 진출했지만, 몸집을 키우지 못하고 알토엔대우에 영업권을 넘겼다. 알토엔대우 관계자는 “전 세계 1위 업체의 기술적 노하우와 서비스를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국내 영업권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국내 보일러시장은 지난 2001년부터 연간 120만대 규모로 다소 정체된 시장이라고 평가받는다. 바일런트가 철수하는 이유로는 정체된 시장에서 기존 수요를 뺏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일런트는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프리미엄 제품 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을 가져 구매 심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바일런트 주력제품인 에코텍 시리즈의 평균 가격은 300만원인 반면, 국내 가정용 일반 보일러는 70~80만원 수준이다. 국내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100만원 안팎이기 때문에 최소 3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낸다.

가격 경쟁력 뿐 아니라 기술적 우위도 점하지 못했다. 사물인터넷(IoT), 소형 열병합발전기 등이 바일런트 제품군의 주력 기능이다. 하지만, 해당 기술들은 국내 보일러업체도 보유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없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바일런트가 강조한 열효율(98%)도 국내 업체(평균 98%)과 차이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일러회사들은 정체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제품 기술 개발에 몰두해왔다”며 “과거에는 기술 격차가 컸지만, 현재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통채널 확보도 쉽지 않았다. 경동, 귀뚜라미, 린나이 등은 ‘1개 대리점, 1개 브랜드’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는 정체된 시장에서 무분별한 대리점 확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득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전국적으로 파고들 틈이 없기 때문에 바일런트가 새로운 수요 만들어내는데 고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장 상황으로 바일런트는 초도물량마저 모두 판매하지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적 기록 등을 봤을 때 바일런트는 4년 동안 제품 수입 기록이 없어 초도물량을 모두 팔지 못했을 것”며 “이는 국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 특판 시장에서도 고전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역으로 국내 보일러업체들의 기술력은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 인정받으며 성장하고 있다”며 “현지 시장에 맞춤형 전략을 구축할 뿐 아니라 가격·기술경쟁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유럽시장 공략도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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