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현대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외아들 경영' 방식으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승계 싸움 등 형제간 잡음에선 자유롭지만 경쟁에 따른 능력 검증 부재와 리스크 발생 시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왼쪽부터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에 ‘외아들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나 형제 경영 등을 이어오던 재계 1~2세 때완 달라진 모습이다. 이들은 경영권 다툼 등 형제간 잡음에서 자유로워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보장에 따른 능력 검증 약화와 리스크 발생 시 대안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외아들 회장 체제를 맞이한 LG그룹을 비롯해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외아들 경영 체제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미 총수에 오른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실질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며 ‘외아들 경영’ 시대를 이끌고 있다.

이는 형제간 각종 잡음에 시달리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앞서 현대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물러난 자리를 두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맞붙었다. 결국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차, 현대서비스 등을 포함한 자동차 분야를 이끌고 독립·분할하는 결말을 맞았다.

삼성 역시 고 이병철 회장 장남 고 이맹희 전 CJ그룹 회장이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셋째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경영권을 내어준 이후 상속 소송 등 크고 작은 갈등에 시달려왔다.

이에 비해 외아들 경영은 형제간 승계 싸움이나 각종 잡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총수 혹은 예비 총수가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그룹 내 안정감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구본무 전 LG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의 형제 경영 체제를 이어오던 LG는 지난 6월 그룹 4세 구광모 회장을 신임 회장직에 성공적으로 선임했다. 이전까지 건강 문제를 겪던 구 전 회장 대신 전면에 나서던 동생 구 부회장은 4세 승계가 확정되자 즉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며 형제 경영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 역시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대신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며 안정적인 승계를 앞두고 있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들어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을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하며 사실상 이 부회장 시대 개막을 알린 바 있다.

현대차도 과거 ‘형제의 난’으로 불린 승계 싸움에서 벗어나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 승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가 남았지만 경영 승계를 흔들 정도의 걸림돌은 아니라는 게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아들 경영’에는 한계점도 지적된다.

먼저 ‘대안 부재’다. 삼성 경영권이 장남 이맹희 전 회장에서 셋째 이건희 회장으로 넘어갔듯 과거 재계는 후계자에 리스크가 발생하면 경영권을 형제에게 이양하곤 했다. 하지만 외아들 체제에선 ‘형제’라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능력검증 부재’라는 약점도 지적된다. 과거 재계 후계자는 형제 간 경쟁을 통해 최소한의 능력 검증 과정을 거쳤지만 외아들의 경우는 이 과정이 자연스레 생략되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능력 검증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새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전문가는 “독자 승계, 독자 경영은 변수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안정적 그룹 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과거에 비해 그룹 전반에 미칠 악영향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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