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올해 수입자동차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인 26만여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장미빛 전망에 금이 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국내 수입차 시장을 견인하던 BMW가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30일 수입차 업계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수사관 30명을 투입, BMW코리아의 화재 사고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경찰은 BMW코리아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와 관련한 서류와 내부 회의 자료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 들어 발생한 BMW 차량 화재 사고는 50건에 육박한다. 잇따른 화재 사고에 BMW코리아는 지난 20일부터 EGR 부품 교체와 클리닝(세척) 등 리콜을 실시하며 성난 소비자를 달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은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려 올해 안으로 조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화재 원인이 EGR 결함이 아닌, 소프트웨어 문제일 수 있다는 여러 전문가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BMW코리아는 결함 은폐 의혹에, 국토부는 부실 대응 논란에 빠졌다.

특히 리콜 대상 차량이 아니거나, 가솔린 엔진이 달린 차량에서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EGR 결함을 향한 의혹은 거세지고 있다. 

이번 BMW 화재 논란의 파장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에도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올해 수입차 시장 규모가 2017년보다 9% 증가한 25만6000여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수입차 사상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인 2015년 24만3000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올 들어 7월까지 내수시장에서 팔린 수입차는 16만627대로, 전망치 달성까지 10만대만 더 팔면 된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5개월 동안 10만대를 팔 수 있을지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BMW코리아가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그만큼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8~12월까지 BMW코리아의 내수 판매량은 2만7000여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9만7000대로, BMW코리아의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이번 화재 논란으로 BMW코리아가 세워둔 하반기 신차 출시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당초 BMW코리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시리즈의 새로운 모델인 '뉴 X2'를 시작으로 '뉴 X4', 'i8 로드스터', '뉴 M4 CS', '뉴 M2 컴피티션' 등 대대적인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신차 투입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토요타와 렉서스, 닛산, 인피티니 등 일본차 브랜드와 지프를 비롯한 미국차 브랜드는 하반기에 각각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올 초부터 판매를 재개한 아우디와 폭스바겐도 기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출시될 수입 신차의 판매량이 BMW 감소분을 상쇄시킬 수 있을 지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수입차 특성상 신차 출시 후 고객 인도까지 시간차가 존재한다. 또 시장 수요에 맞춰 물량을 확보, 공급하기에 다소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BMW의 빈자리를 메꾸는 데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BMW 차량의 화재 원인이 아직 명확하지 않고, 잇따른 구설수로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추락했다"면서 "타 수입차 브랜드가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올해 수입차 판매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