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7월 2일~8월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8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사진=pixabay>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연기금이 7~8월 2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7월 2일~8월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8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상반기에 9488억원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 행보다. 외국인이 하반기 들어 1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기금의 태도는 눈에 띈다.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매도 물량을 쏟아내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연기금 분위기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5개년 연 단위로 봐도 연기금의 올해 매매 동향은 예년과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2013년 10조1862억원, 2014년 5조1403억원, 2015년 9조1194억원, 2016년 3조5555억원, 2017년 3조486억원 등 꾸준히 순매수세를 이어왔다. 분기별로 따져도 이 기간에 매도 우위였던 분기는 2017년 2분기(-3552억원)뿐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5352억원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2018년이 끝난 건 아니지만 남은 넉 달새 연기금이 태도를 바꿔 공격적으로 ‘사자’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증시를 둘러싼 환경만 보더라도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굵직한 대외 리스크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정책 변화가 나머지 연기금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국민연금은 5월 30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2019년도 자산군별 목표 투자비중을 국내 주식 18.0%, 해외 주식 20.0%, 국내 채권 45.3%, 해외 채권 4.0%, 대체투자 12.7% 등으로 결정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비중이 국내 주식을 넘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 수년간 국내 주식 투자비중을 서서히 줄여왔다. 2016년 20% 수준이던 국내 주식 투자비중을 서서히 줄여왔다. 2016년 20% 수준이던 국내 주식 비중은 올해 18.7%까지 낮아졌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3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5% 내외로 축소하고 해외 주식 투자를 3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지속될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줄이기가 한국 증시 전체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그 와중에도 연기금이 사들인 국내 주식 종목이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연기금의 순매수한 종목은 셀트리온(910억원)·카카오(803억원)·CJ ENM(530억원)·호텔신라(471억원)·LG생활건강(46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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