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29일(현지시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자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조기 집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지난 6월 IMF와 합의한 500억 달러(약 55조5800억원) 규모의 대기성 차관을 예정보다 일찍 집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적절히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확산한 데 따른 조치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내년의 재정 계획을 확실하게 이행하는데 필요한 모든 자원동원을 앞당기기로 IMF와 합의했다"며 "이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우리 정부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난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IMF가 조기에 지급할 구제금융 규모와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마크리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단계적 도입 계획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아르헨티나와의 원래 프로그램에서는 국제시장의 더 부정적인 환경이 완전히 예측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당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근 변화로부터 아르헨티나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정부의 경제계획 수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획 수정의 방안과 관련해 "더 강력한 통화·재정정책,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곳을 지원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IMF 집행이사회에 상정되는 구제금융의 조기집행안이 최대한 빨리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마크리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249억 달러(약 27조6500억원) 규모의 외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페소 가치 하락으로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적자는 74억 달러(약 8조21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틀째 보유외환을 내다파는 시장개입을 단행했지만 페소 가치는 사상 최저인 달러당 34.20페소까지 미끄러졌다.

달러당 31.50페소에 마감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페소화는 이날 7.62%나 급락했다. 이는 2015년 12월 변동환율제가 적용된 이후 하루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45.3% 이상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환율 안정을 위해 이번 주 들어 보유 외환 5억 달러(약 5560억원)를 매각하는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중앙은행은 전날 2억 달러(약 2220억원)에 이어 이날 3억 달러(약 3330억원)를 외환시장 경매를 통해 매각했으나 페소화 가치 급락세를 막지 못했다.

올해 들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매각한 외환은 130억 달러(약 14조437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전날을 기준으로 한 보유 외환은 546억9500만 달러(약 60조7390억원)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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