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장면접 지원자들이 안내에 따라 대기하고 있었다. <사진=배승희 기자>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아침부터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지원자들로 분주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가 주최하는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59개 금융사가 참여하며 29~30일 이틀간 진행된다. 가장 큰 특징은 6개 은행이 현장면접을 진행해 합격자에 한해 하반기 공채 서류전형을 면제해준다는 점이다.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NH농협은행은 29~30일 이틀 모두 현장면접을 진행하고, IBK기업은행은 29일엔 현장면접, 30일엔 채용상담을 실시한다. 한국성장금융은 현장면접 점수 우수자에게 서류전형 시 가점을 주기로 했다. 현장면접과 채용상담은 사전 신청을 통해 혼선을 방지했다.

박람회 시작시간 30분 전인 오전 9시 30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1관 주변에는 면접복장을 한 지원자들이 긴장된 얼굴로 저마다 준비해 온 노트를 보며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형규(28)씨는 농협은행 현장면접을 신청해 11시로 예정돼 있었다. 김씨는 “복지가 좋다고 들어 농협은행을 선택했다”며 “오늘 면접을 잘 보면 서류통과를 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나름대로 준비를 잘 하고 왔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달라진 은행권 필기전형에 대해서는 “기존에 준비하던 거라서 혼란은 없다”며 “오히려 필기도입으로 공정성이 강화돼 좋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박람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사전 상담신청 기간을 놓쳐 오늘은 현장면접만 보고 집에 가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은 경기도 일산 신일비즈니스고등학교 학생들과 송민우 선생님. <사진=배승희 기자>

다른 한쪽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은행권 텔러직군에 지원하는 특성화고 학생들도 참여했다.

경기도 일산 신일비즈니스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수빈(19)양은 신한은행 현장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보다 우리가 전문성은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자신감과 풋풋함은 저희가 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을 인솔해 박람회를 찾은 송민우 신일비즈니스고 선생님은 “은행들 고졸 채용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며 “내년엔 더 줄 것 같아 불안하고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애들한테 희망고문만 주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10시가 되자 박람회 현장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현장면접과 채용상담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천명이 각 금융사 부스를 꽉꽉 채웠다.

현장면접이 진행되고 있는 하나은행 부스. <사진=배승희 기자>

현장면접이 이뤄지는 6개 은행 부스는 긴장감과 함께 열기가 감돌았다. 각 은행 부스에는 면접관 4명이 각각 칸막이 책상 안쪽에 앉아 있었다. 호명된 지원자들은 순서대로 면접관 앞에 앉아 1대1로 5~7분가량 면접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에서 면접을 마치고 나온 박모(가명·28)씨는 “지난 1년 동안 은행권 취업을 준비했었는데 그때 우리은행에서만 서류가 안됐다”며 “이번 현장면접을 통과하면 서류가 면제된다기에 우리은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이 오갔을까. 박씨는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준비했던 질문이라 많이 당황하지 않고 잘 대답한 것 같다”고 했다.

하나은행 지원자 이모(가명·26)씨는 “주변에 하나은행에 다니고 있는 지인들이 있는데 다니기 좋은 은행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지원했다”며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나와서 조금 당황했다”고 말했다.

“뒤에서 대기할 때 들은 바로는 제가 준비해 온 평범한 질문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제 면접관은 ‘은행업무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등 미처 준비하지 못한 어려운 질문을 해서 답하기 힘들었어요.”

현장면접이 진행 중인 기업은행 부스. <사진=배승희 기자>

기업은행 지원자 최준영(29)씨는 “준비해온 것들은 다 잘 말한 것 같다”며 “면접관이 편안하게 대해줘서 분위기가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은행권 채용과 관련해 “기존에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알려준 채용과정과 달라져서 하반기 채용까지 남은 기간 동안 준비하기 빠듯하다”며 “채용에 변화가 생긴다면 지원자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알려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합격, 불합격만 통보하지 말고 필기점수를 공개해줬으면 좋겠다. 정성적 평가가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논술전형이 없어진 점은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주현(28)씨는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상경했다. 김씨는 “현재 직업군인이다. 내년에 제대하고 은행권 취업을 생각하고 있어서 채용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 왔다”며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구체적으로 궁금한 점을 준비해오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지원자들이 신한은행이 준비한 '워너원 브로마이드'를 받고 좋아하고 있다. <사진=배승희 기자>

이날 금융사들은 면접이나 상담을 받으러 온 지원자들을 위해 다양한 ‘선물’을 준비했다. 국민은행은 티백세트, 우리은행은 손선풍기 등을 제공했다. 고등학생 지원자들은 신한은행이 준비한 '워너원(남성 아이돌그룹)' 브로마이드에 열광했다.

지역에 있는 구직자들을 위해 지역별 화상면접 및 상담을 진행하는 부스가 따로 마련된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밖에도 현장에서 직접 면접 메이크업을 받아볼 수 있거나 취업 의지를 담은 문구를 캘리그라피로 써주는 행사 등도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30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6개 은행 현장면접은 29일과 달리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현장면접 결과는 개별연락으로 전해질 예정이다. 결과 통보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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