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오른쪽부터), 바른미래당 유의동 간사,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간사가 27일 오전 국회 정무위에서 회의진행을 논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여야가 은산분리 완화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30일 임시국회 종료를 앞두고 여야 원내지도부가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는 어렵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7일 오후 2시 제2차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은산분리 완화 관련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 4건에 대한 병합 심사를 재개했으나 오후 5시 30분경까지 결론짓지 못하고 회의를 끝냈다.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위원들 간 견해차가 커 인터넷전문은행설립특례법은 계속 심사하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특히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가 컸다. 여당과 금융당국은 ‘개인 총수가 있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배제하되 기업집단 전체 자산 중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은 예외를 인정해주는 안을 추진했다.

제조업 자산 비중이 높은 삼성이나 현대차, SK, 한화, 롯데 등 재벌은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카카오나 네이버처럼 ICT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반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들은 자산 10조원 기준을 두는 게 또 다른 차별이라며 반대했다.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날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각 당 정무위 간사는 여당이 제시한 원안을 1안, 은산분리 완화 허가 요건 자체를 법안과 시행령에 명시하는 안을 2안으로 해서 각 당 지도부에 보고하기로 합의하고 이후 다시 회의를 소집키로 했다. 두 가지 안에 대한 판단을 원내 지도부에 위임한 셈이다.

앞서 여야는 24일에도 같은 회의를 열어 심사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은산분리 완화 대상과 한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7일 오전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집단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최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규제 완화는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따라 제한 없이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대기업의 은행 소유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위원장은 또 “현실적으로 인터넷은행을 운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은 혁신 플랫폼을 갖춘 ICT 기업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7일 정무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참석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쪽에서 상호출자기업 제한을 풀고 전체를 개방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ICT주력 기업만 예외로 인정하자고 주장하면서 관련 논의가 정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 한도와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현재 4%(의결권 기준)로 돼 있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25%, 34%, 50% 등 각기 다른 안이 나오면서 구체적인 규모에서 합의를 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처음부터 34%안을 중점적으로 밀었기 때문에 그 정도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여야 의원들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형태로 입법 △주로 전자금융거래 방법으로 영위하는 은행으로 정의 △최저자본금 250억원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및 대주주 지분취득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대면영업 원칙적 금지(취약계층 보호 경우 예외) △현행 은행법상 제재수준과 동일한 과징금·벌칙·과태료 등을 도입하는 데는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은산분리 완화 관련 합의가 8월을 넘길 경우, 금융위가 추진하고 있는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 절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금융위는 9~10월 가운데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에서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 방안을 검토한 뒤 연내 인터넷은행 설립을 희망하는 업체들의 신청을 받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3의 인터넷은행을 노리고 있던 기업들도 계획에 변수가 생긴 셈이다. 금융업권에서는 많게는 2~3개 인터넷은행을 새로 허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인터파크와 네이버, SK텔레콤, 키움증권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8월 임시국회는 오는 30일 본회의를 끝으로 종료된다. 27일까지 협의하지 못하면 남은 의사일정을 감안할 때 8월 임시국회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30일 본회의에서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만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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