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비자카드의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0.1%p 인상에 대해 '지배적 지위 남용이 아니다'라고 결론내렸다. 카드업계는 높아진 대납부담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카드업계가 내부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타격을 입은 와중에 비자(VISA) 수수료 대납부담이 가중되자 시름이 짙어지고 있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비자코리아의 수수료 인상에 대한 카드업계의 시장지배력 남용 주장에 무혐의 결론을 내리며 대납 부담이 가중됐다. 비자는 2016년 5월 국내 카드사에게 소비자가 해외에서 비자카드를 사용할 대 부담하는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기존 1.0%에서 1.1%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비자카드 수수료인 1.0%는 원래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었다. 비자가 여기에 0.1%포인트를 덧붙이면 이마저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현재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기조로 0.1%의 인상분을 소비자 대신 납부해왔다. 이번 제소 신청은 이 0.1%포인트의 인상이 일방적이기 때문에 제고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카드업계가 공정위에 제소까지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비자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려 카드사에 부담을 지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비자카드 수요가 증가했고, 계약서에 수수료 변경절차가 명시된 점 등에 따라 비자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하며 제소건을 철회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자라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구축한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가 없다"면서 "이번 제소건은 해외대형사가 가격을 정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현실에 대해 항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제소건에서 승소할 경우 2016년 12월 0.6%에서 0.8%로 수수료율을 인상한 유니온페이에 대해서도 제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자 제소건이 패소로 결론나면서 카드업계는 유니온페이 뿐 아니라,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JCB 등 해외 대형 카드사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에 긴장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비자 수수료 대납이 부담되는 이유가 단순히 수수료율 인상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카드사는 더 이상의 지출을 막는 것이 우선 목표"라며 "이번 건으로 다른 곳에서 지출이 일어나게 되면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드업계의 해외대형사와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카드는 24일 코스트코의 제휴사업자로 선정됐다. 내년부터 10년 동안 코스트코에서 현대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코스트코가 지향하는 국제표준에 가장 적합한 파트너사로 현대카드를 선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코스트코와 18년 제휴를 맺었던 삼성카드는 0.7%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코스트코 지난해 매출액이 3조8000억원이고, 매출액 가운데 80%가 카드로 결제됐다고 가정해도 삼성카드가 얻은 수익은 대략 280억원에 달한다. 오로지 코스트코의 기준만으로 선정되는 카드사는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당정은 오픈마켓 영세 온라인 사업자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을 2% 안팎으로, 개인택시 사업자 수수료율은 1.0%로 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연합뉴스]

정부·더불어민주당은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오픈마켓 영세 온라인 사업자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을 2% 안팎으로, 개인택시 사업자 수수료율은 1.0%로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온라인 판매업자는 1000억원의 수수료 절감효과를 보게 되고, 개인택시 사업자는 150억원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카드사에게는 그만큼의 수익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12월 발표 예정인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에 담뱃세를 편의점 매출에서 제외하는 안이 포함되면 17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카드업계가 부담해야 한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1.9%인 4524억원 줄어든 9669억원의 순이익 성적표를 받아든 카드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개탄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한카드는 55.3%, 현대카드는 40.8%, 하나카드는 31.3% 줄어든 순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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