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은지 기자]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 추진을 검토 중인 가운데 거래가격을 둘러싼 협상이 인수전의 향방을 가르는 '키'가 될 전망이다. 한때 분리 매각을 추진하다 중단된 딜라이브 자회사 'IHQ'가 CJ헬로의 대주주 CJ ENM 품에 안길지도 관심사다. 

CJ헬로가 지난주부터 딜라이브 인수 추진을 위한 실사에 들어갔지만 딜라이브 인수 검토를 둘러싸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딜라이브의 가격이 비싸게 책정돼 있단 점과 함께 딜라이브가 영위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둘러싼 협상 과정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CJ헬로와 딜라이브 간 M&A가 성사되면 유료방송시장 1위인 IPTV 사업자 KT(점유율 20.21%)의 뒤를 이어 CJ헬로(13.1%)와 딜라이브 (6.54%) 합산 19.64% 점유율로 2위에 단번에 오를 수 있다. 

방송 사업권이 거의 겹치지 않는 만큼 서비스와 운영에 있어 고용 관련 등의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경기 북부지역 일대에서 딜라이브 우리방송과 CJ헬로 나라방송이 공동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양사가 겹치는 방송 권역이 없다.

알뜰폰 업계의 독과점과 관련한 이슈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앞서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 합병 추진 당시 양사가 모두 영위했던 알뜰폰 사업의 독과점 이슈가 제기되기도 했다. 유료방송사업자간 M&A를 넘어 알뜰폰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가 2위 사업자인 SK텔링크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던 상황이다.

딜라이브가 서울과 수도권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 우량 가입자 확보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딜라이브는 서울에만 12개의 권역을, 경기도에는 4개의 권역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딜라이브의 인수가를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이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시도 때 보다 높은 금액이다. 2016년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 53.9%를 9000억원 수준에 인수하려 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무산됐다. 

이외에도 올해 3월 딜라이브는 현대HCN에 공동 경쟁 구역이었던 서초권역을 335억원 가량에 매각한 바 있다. 평균 단가는 가입자당 65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초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M&A 물밑협상에서 CJ헬로의 가입자당 단가가 25만원까지 가파르게 하락한 것을 따져보면 딜라이브의 가격이 비싼 만큼 M&A 성사 여부는 미지수인 셈이다.

앞서 2016년 SK텔레콤과 M&A 협상 당시 CJ헬로비전의 가입자당 단가는 45만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반면 딜라이브는 현대HCN과의 개별 권역 매각에서 이른바 '쪼개기'를 통한 가입자당 단가 올리기를 모색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딜라이브 경영권은 21개 은행으로 이루어진 대주단이 확보하고 있으며, 채권단이 사실상 매각 작업을 주도 중이다. CJ헬로와 M&A 협상을 위해선 딜라이브 채권단이 매각 가격과 IHQ의 거취 문제 등에 대해 빠른 시일 내 입장을 정리하고 매각에 합일된 목소리를 내야 하는 등 상황이 복잡하다. 

CJ 측이 딜라이브의 자회사 IHQ까지 인수할 가능성도 미지수다. 지난 4월 IHQ는 최대주주 딜라이브가 검토해오던 회사의 지분 매각을 중단했다.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는 지난 4월 부산에서 가진 OTT하드웨어 전문매장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의 일괄매각(통매각)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는 등 자회사 IHQ까지 포함한 '일괄매각'을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IHQ는 장혁과 김우빈, 김유정 등 배우 매니지먼트와 드라마 제작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이미 콘텐츠 제작 역량을 충분히 갖춘 CJ헬로의 대주주 CJ ENM이 엔터테인먼트 사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펼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CJ ENM은 현재 가수 중심의 매니지먼트사업을 벌이고 있다.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 검토가 대주주 CJ ENM의 전략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시장의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CJ헬로의 최대주주 CJ오쇼핑은 7월 CJ E&M과 합병을 완료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월트디즈니, 타임워너와 경쟁이 가능한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반면 CJ헬로는 국내산업 위주의 유료방송 플랫폼 회사다. CJ그룹 차원에서는 CJ헬로의 거취를 놓고 그룹 차원의 고심을 거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CJ E&M과 CJ오쇼핑의 합병 이후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3.92%를 매각해 새로 출범하는 CJ ENM의 투자 재원으로 쓸 것이란 관측이 지속해 제기됐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등장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4일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딜라이브 인수는 미디어사업을 키우려는 CJ그룹과 대주주 CJ ENM의 전략적 방향성에 맞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CJ헬로 측은 딜라이브 인수를 둘러싼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CJ헬로는 24일 공시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와 관련돼 확정된 것이 없으며, 딜라이브 인수뿐 아니라 유선방송사업과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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