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개최한 '2018 사업대가 세미나' 모습. <사진=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소프트웨어 업계에 ‘기술 탈취’에 따른 분쟁이 여전히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기업들은 “기술을 탈취 당했다”라고 주장한 반면 사용 기업은 “이미 시중에 있는 기술”이라고 말해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달 초 결제 시스템을 개발한 엔비레즈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엔비레즈는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들을 때 휴대폰 요금에 사용료를 합산해 결제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엔비레즈는 이 기술로 특허까지 받은 상태다. 

SK텔레콤은 2016년 SK플래닛에서 운영하는 구글 결제 시스템을 엔비레즈의 방식으로 통합했다. 그러나 이후 운영비로 갈등이 생기게 됐다. 엔비레즈는 SK텔레콤으로부터 연간 8억원의 운영비를 받고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러나 비슷한 기술을 가진 자회사 SK플래닛에는 400억원의 운영비를 몰아줬다. 

엔비레즈는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SK텔레콤에 재계약을 요구했으나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당하고 기술을 돌려달라는 요구도 묵살 당한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엔비레즈의 주장에 대해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업체와 시스템을 주관하는 자회사와 대금을 비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또 해당 기술에 대해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술”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엔비레즈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답변에 대해 “기술을 탈취해 간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변명”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앱카드 인증 서비스를 개발한 한국NFC도 기술탈취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양 측은 일방적인 기술탈취 공방 뿐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공방도 벌이고 있어 더 복잡한 상황이다. 

기술을 개발한 한국NFC는 6월 KCB가 자사와의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하도록 유도하고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탈취해 사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한국NFC에 따르면 2015년 5월 KCB의 제안으로 양사는 신용카드를 통한 본인인증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KCB가 2016년 12월 사업 진행을 늦추거나 대답을 회피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국NFC 측은 밝혔다. 이후 KCB는 사업을 진행할 의사가 없으니 한국NFC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라는 의사를 표시했다. 한국NFC는 이같은 의사 표시는 계약 해지 통보와 별개라고 반박했다.

한국NFC는 KCB가 계약 해지를 미룬 탓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난해 3월 KCB에 “계약대로 진행하던지 계약을 해지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달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던 KCB가 방통위에서 추진하는 신용카드 본인인증 시범사업에 비공식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한국NFC는 “KCB는 한국NFC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할 의사가 없이 기술탈취를 위해 접근한 것”이라며 “계약관계를 유지하며 기술을 습득하다 다 챙긴 후 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KCB는 한국NFC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KCB에 따르면 2016년 5월 방통위의 의견에 따라 한국NFC와 추진하던 신용카드 본인인증 서비스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한국NFC에 수차례 전달했다.

또 한국NFC가 앱카드 인증이라고 주장하는 특허는 현재 카드사가 고유의 앱카드를 이용한 본인확인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한국NFC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NFC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는 출원 이전부터 카드사를 통해 시행되고 있던 기술이며 이를 적용해 방통위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KCB 관계자는 “한국NFC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KCB가 아닌 카드사와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KCB는 카드사의 영업을 대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SW업체는 한 인터넷 기업과 서비스 계약을 맺었으나 설명자료를 요구한 뒤 시간만 끌고 자체 개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 대표는 “(해당 기업이) 기술설명 등을 요구하고 자료를 달라고 한 뒤 연락이 없었다”며 “2년 정도 지나고 연락이 와서는 자체 개발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자료를 통해 우리 기술만 쏙 빼가서는 자기들 서비스로 개발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부처에서는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3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대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인재정책관은 행정부의 조사·수사 기능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술보호 인식전환 및 교육,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과장은 △정액 과징금 상한액 10억원 상향조정 △기술유용 고발 시 공공입찰 참여기회 박탈 △ 기술유용 책임 범위 학대 등을 언급했다. 또 박성준 특허청 국장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침해자 이익 전액 환수 △특허청 특별사법경찰 직무 확대 △영업비밀 보호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한국소프트웨어(SW)산업협회는 SW모니터링단을 운영하며 기술 탈취 등 SW업계의 불공정관행 타파 및 건전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하도급 거래 중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공정위를 대신해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개최 분쟁조정단계에 직접 개입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따른 배상 및 처벌, 나아가 제도 개선에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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