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에너지·화학업계의 지각 변동이 크게 일고 있는 가운데, 총수 부재의 상황에 놓인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 롯데케미칼이 후퇴 위기에 처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화학사들이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Ethylene)'에 명운을 걸고 증설 레이스를 펼치면서 신동빈 회장 구속으로 6개월째 비상경영 체제를 맞은 롯데케미칼을 위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가 오는 2023년까지 국내에서 계획하고 있는 에틸렌 설비 신·증설 규모는 456만톤으로 현재 900만톤 규모에서 1356만톤까지 향후 5년간 약 50.7%의 생산능력이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역시 국내 공장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12곳의 사업장을 보유하며 에틸렌생산에 주력해왔지만, 신 회장이 지난 2월 14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구속되면서 회사가 완전히 멈춰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롯데케미칼은 1조36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조3541억원을 달성한 LG화학을 92억원 차이로 간신히 제쳤다. 그러나 상반기 매출은 7조4532억원에 그치면서, 규모면에서 13조6055를 기록한 LG화학에 6조원가량 뒤쳐져 있다.

롯데케미칼의 국내외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1년 247만톤에서 현재 332만톤 가량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또 그간 에틸렌 기반 범용 중심의 사업구조가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과 정밀화학 등 다운스트림(하류) 제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2003년 현대석유화학을 시작으로 2004년 KP케미칼, 2010년 영국 아르테니우스와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연이어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016년 3조원을 투자해 삼성정밀화학 삼성SDI 케미칼 부문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는 신 회장의 투자 결단에 따른 결실로 최근 3년간 회사가 사실상 멈춰서면서 '고도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화학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LG화학, 한화케미칼과는 달리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장기적 생존이 가능하려면 위해선 R&D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매출·영업이익 규모와 기술력 부문에서 글로벌 10위에 진입하려면 3년전의 M&A를 수년간 3~4차례 정도 더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화학업계의 진단이다.

LG생명과학을 사업부 내로 흡수하는 등 고도화를 꾸준히 추진해온 LG화학은 미국 화학학회(ACS)가 선정한 '2017 글로벌 화학기업 톱 10'에 올해 최초로 입성했다.

롯데케미칼도 내부적으로는 여러 투자 계획을 검토 중에 있지만 M&A는 그림의 떡이 된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수 공장 등 기존에 진행중인 사업을 잘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설비 증설 등 여러가지 투자계획은 검토하고 있지만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해 답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2016년에도 뼈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2016년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신회장 일가를 조사하면서 미국 액시올사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 10위권으로 진입할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올해 말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에탄크래커 공장(ECC)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은 3조원이 투입된 그룹의 숙원사업으로 원유에 쏠려있던 원재료를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신 회장이 완공식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인지도 미지수다. 또 인도네시아에 지을 예정이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를 비롯한 해외 투자 검토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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