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격적인 경영행보가 연일 화제에 오르는 가운데 올 연말로 예정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연이어 만났다. 특히 6일 김 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맞이하고 간담회도 함께 했다. 이날 양 측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논의하고 규제 개선과 애로사항에 대한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틀 뒤인 8일 삼성전자는 앞으로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투자계획을 통해 인공지능(AI)과 5G, 바이오, 전장사업 등 미래 성장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소프트웨어(SW) 역량을 확대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와 양질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일자리의 경우 삼성전자의 평소 채용규모는 3년 기준 2만~2만5000명 규모지만 여기에 2만명을 추가 채용에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과 10년이 넘은 분쟁을 해결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공개 제안에 대해 ‘무조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반올림과 보상안에 대한 협상이 한창이던 당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또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출소 후 현재까지 급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몇 차례 해외 출장을 다니며 대외활동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집행유예 중인 점을 감안해 보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이같은 파격 행보는 올 연말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을 염두해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고용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재벌개혁을 강조한 상황에서 기업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태도는 이를 후퇴시킨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인데 일자리를 당부하고 거기에 맞춰 투자계획을 내놓는 것이 마치 거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억지로 종용할 생각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기업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다. 정부가 종용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정부 측은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여론을 고려해 투자·고용계획도 양측의 만남 이후 이틀 뒤에 발표했다.
이밖에 반올림과의 협상 역시 재판을 앞두고 여론을 전환시키기 위해 묵은 과제를 해결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일반노조는 1일 “반올림 삼성전자 합의서는 삼성백혈병 등 직업병피해자들의 온전한 문제해결을 위한 합의서가 아닌 삼성재벌 이재용 재판에 면죄부를 주는 합의서”라며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의 분쟁 해결만을 위한 합의서가 아닌 삼성 백혈병 문제의 온전한 해결을 위한 시작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올해 초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대법원 판결은 올 연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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