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왼쪽)가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당시 중소형생보사를 중심으로 지급되기 시작한 자살보험금은 대형사로 퍼져나갔다. 중소형생보사는 즉시연금 사태도 비슷하게 흘러갈까 우려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오른쪽)이 정무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윤 원장은 이 날 "즉시연금과 관련해 소송해도 불이익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점입가경의 형국으로 치닫고 있는 즉시연금 사태에 대해 중소형 생명보험사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소형 생보사는 금감원이 갈등을 빚은 대형사보다 중소형사 위주로 압박을 가했던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금융당국에 따르면 20개 생보사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추가 지급해야 하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보험금과 이자는 7747억원이다.

삼성생명이 4200억원으로 최대인 가운데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640억원 등 빅3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KB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10억원의 두 배 가량 금액인 391억원의 즉시연금 추가지급분으로 전체 4위에 위치했다. KDB생명은 24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KDB생명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또 188억원을 추가 지급해야하는 DGB생명은 126억원이었던 지난해 순이익의 1.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외에 △동양생명 209억원 △미래에셋생명 200억원 △BNP파라비카디프생명은177억원 △ING생명 125억원 △ABL생명 119억원 △처브라이프생명 86억원 △흥국생명 85억원 △하나생명 79억원 △현대라이프생명 64억원 △IBK연금보험 29억원 △AIA생명 25억원 △신한생명 24억원 △푸르덴셜생명 4억원 △DB생명2억원 등 대부분의 생보사가 추가 지급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시연금 보험금은 일시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이 만기될 때까지 나눠 지급하지만 중소형사의 금액부담은 대형사보다 클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는 금감원이 즉시연금 사태에 접근하는 방식이 자살보험금 때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빅3인 삼성·한화·교보생명에 중징계를 예고하면서 약관을 준수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빅3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2016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해왔다.

이에 금감원은 우선 중소형사를 먼저 공략했다. 신한생명은 2016년 6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99억원의 지급을 결정했다. 신한생명과 함께 △메트라이프생명 50억원 △DGB생명 2억7900만원 △하나생명 1억6700만원 등이 동참하자 자살보험금 지급이 급물살을 탔다. 

결국 삼성생명은 지난해 3월 이사회를 열고 총 3337건, 1740억원에 이르는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교보생명도 같은 결론을 내렸고, 결국 자살보험금 사태는 끝이 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즉시연금 사태에서 행정명령을 전달하지 않았던 점, 업계와 소송에 돌입했던 점 등이 자살보험금 사태와 같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시 당국이 중소형사를 먼저 압박해 보험금을 지급케하고 대형사가 따르게 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즉시연금도 자살보험금 사태와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대형사와 달리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당국과 싸울 힘이나 시간의 여력이 없다"면서 "금감원에서 조금 강하게 압박한다면 무조건 추가 지급분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보험계약은 민법에 명시된 '개별약정우선원칙'에 따라 보험사와 고객 사이의 해석이 우선인 만큼 당국 쪽에서 개입할 명분은 희박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은 2001년 동아생명(現KDB생명)이 보험계약자가 자살해도 보험 가입 뒤 2년이 지났다면 일반사망보험금 외에도 재해사망금까지 지급하는 재해사망특약 보험상품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다른 생보사도 금감원이 2010년 표준약관을 고치기 전까지 같은 약관을 그대로 상품을 판매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