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와 LG 계열사 일부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의 현미경 기업 규제에도 여전히 내부거래를 100%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기업에 대한 당국의 현미경 규제에도 내부거래 대부분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와 LG그룹 계열사 일부는 수천억원이 넘는 내부거래 전액을 경쟁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한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역주행하는 셈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계열사 간 거래액이 50억원 이상 또는 매출의 5% 이상일 경우 내역을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가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2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내부거래를 100%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규모는 5690억원에 달한다. 수의계약은 자유로운 입찰을 통한 경쟁계약에 따르지 않고 적당한 상대자를 임의로 선택해 거래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주요 대기업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사익편취를 위해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금지급 비중도 53.8%에서 58.5%로 4.7%포인트 늘었다. 경쟁입찰 평균 현금지급 비중이 28.5%로 절반에 그친다는 점을 볼 때 계열사 간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 구본무 회장 경영철학인 ‘정도경영’을 표방하고 나선 구광모 회장의 LG그룹에도 내부거래를 100%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계열사들이 여럿 눈에 띈다.

서브원은 지난해 4조5722억원 규모 내부거래를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내부거래 비중도 2014년 70%에서 74%로 4%포인트 높아졌다.  서브원 지분은 그룹 지주회사인 LG가 100% 소유하고 있다. 구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LG 지분을 46%이상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서브원의 성장은 총수일가 배불리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서브원 관계자는 "그룹내 첨단, 보안이 필요한 공장, 연구시설 투자확대에 따른 건설매출 증가가 (내부거래) 주 요인으로 중소기업 (참여기회 봉쇄)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막대한 내부거래 매출을 100% 수의계약으로 올렸다. 거래금액만 4조3241억원에 이른다. 이 중 48.1%는 현금으로 지급했다.

LG화학도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100%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내부거래금액은 2조2120억원에 달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LG그룹은 정보기술(IT) 등 많은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뤄 내부거래비율이 다른 기업집단 대비 높은 편”이라며 “구 회장이 ‘정도경영’과 막대한 상속세 마련을 위한 ‘실리’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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