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종사자 노동시간, OECD평균보다 961시간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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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종사자 노동시간, OECD평균보다 961시간 더 많아
기업고객 담당직원 78.8%가 7시 이후 퇴근… 오후 4시 영업 끝난 은행에서는 무슨 일이?
  • 배승희 기자
  • 승인 2018.08.16 1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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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종사자의 노동시간은 OECD 가입국 평균보다 961시간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국내 은행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연평균 노동시간(1763시간)보다 961시간 더 많은 2724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4시 영업을 끝낸 후, 은행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조합원, 특히 은행권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만8000여명 중 34.1%(6154명)가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하고, 60.1%(1만825명)가 저녁 7시 이후 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 9시 이후 퇴근한다고 답한 노동자도 5.8%(1049명)에 달했다.

또한 조합원의 70.2%는 1주일에 3일 이상을 연장근로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2명 중 1명은 매일 연장근로를 한다고 답했다. 연장근로 이유로는 ‘업무량 과다’(47.8%)가 1위로 꼽혔다.

퇴근시간은 담당 업무별로 편차가 컸다. 특히 기업고객 대면업무 담당직원의 장시간 노동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시 이후 퇴근하는 기업고객 담당직원 비율은 78.8%, 8시 이후 퇴근자는 27.9%를 기록했다.

은행 영업시간은 오후4시까지다. 하지만 은행원들의 ‘진짜 업무’는 이 때부터 본격 시작된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일하는 A씨는 “셔터를 내리고 나면 하루 종일 받았던 전표, 대출 서류 등을 다 정리해야 한다”며 “영업 중에는 고객을 끊임없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류 정리를 꼼꼼히 다 확인할 수 없어, 문이 닫히고 난 후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매일 시재(하루 업무중 오가는 돈의 금액)를 맞춰봐야 하는데 혹시라도 금액이 안 맞으면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하나하나 쥐 잡듯이 다 확인하며 금액의 차이를 봐야 한다”며 “여기서 만약 잘못되면 개인 돈으로 메워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대출서류에 고객이 무조건 작성해야 되는 부분을 빼먹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고객에게 내점하라고 얘기해야 되고, 복잡한 상황에 처할 때도 있다”며 “그러다보면 식사도 못한 채 저녁 8~9시에 퇴근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김용환 금융노조 수석국장은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 하는 일의 70~80%는 대출 관련 업무”라며 “보통 기업업무 쪽은 신용평가, 의견서 작성 등 혼자서 집중해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많아 고객이 많은 낮에는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개인·기업업무 등을 담당했다.

그는 “기업 고객은 우량기업이거나 주거래 고객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환 관련 업무 등도 업무시간 중에 편의를 봐드리는 차원에서 하다보면 은행 문을 닫고 보완해야 되는 일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기업업무는 한 번 손에 잡으면 최소 1~2시간은 집중해서 해야 된다”며 “신용평가 같은 경우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몰리는 시기에 인력이 부족한 점포에서는 밤 10~12시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어떻게든 빨리 끝내놓고 퇴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평균 퇴근시간은 당겨진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특히 지단대출지역이나 공장 산업단지 쪽에 있는 영업점 등 특수지역에 있는 은행은 다른 점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일 해야 하는 마감업무 역시 은행문이 닫힌 후 처리한다. 김 수석은 “통장, 카드 등을 ‘중요증서’라고 하는데 이를 다 정리하고 금고에 넣어둬야 한다”며 “금고에 시재가 적거나 많으면 이역시 채우거나 비워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저녁 회의, 사이버 연수, 외부 강사 초청 상품 설명 등 은행원들이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김 수석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도 은행원들은 쉽게 불평을 할 수가 없다. ‘고액 연봉자들이면서 볼멘소리 하지마라’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라며 “이런 시선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각 점포마다 상황을 파악해 적시적소에 보충인원이 충원돼야 한다”며 “정부 정책에 맞춰 노동시간을 줄이는 만큼 채용을 늘리자는 게 노조 측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근로복지공단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2017년 금융보험업종 종사자 160명이 과로사 관련 산재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51명이 승인 받아 31.9%의 승인율을 보였다. 이는 건설업 종사자들의 승인율(19.4%)보다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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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정수기 2018-08-16 17:56:11
은행원들은 껌빼고 다 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자동차까지 팝니다. 스트레스 장난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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