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종사자들이 지난달 1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소상공인연합회>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기존 고용 관계를 포기하고 도급 계약을 맺어 최저임금 리스크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3일 자영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019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8539원으로 확정하면서 올해(7350원)보다 10.9%나 오른 임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기존의 직원들과 고용관계를 끊고 도급, 위탁 계약을 맺는 자영업자들이 눈에 띄고 있다.

특수계약을 통해 기존의 종속 관계에서 벗어나 '개인 대 개인' 거래가 이뤄질 경우 법이 노동법이 강제하는 의무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KT 대리점을 운영해온 김 모 씨는 "더이상은 지급 여력이 안돼 내년부터는 직원들과의 근로 계약을 포기키로 했다"며 "업무상 지휘 관계가 아나리면 도급 계약을 맺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6조 제7항은 도급사업에서 도급인의 최저임금 책임범위를 도급계약 체결 시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도급계약기간 중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계약을 변경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가 아니라면 3.3%의 원천징수를 한 후 성과에 따라 보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계약이 보험·통신업계 등 가능한 영역에서 증가해왔다.

프리랜서의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IT시장 인력 가운데 60% 가량이 단기 계약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초기 단계이지만 6조원대의 사교육 시장이 이 같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서울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백 모 씨는 "자기 책임원칙인 수당제로 보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 사람에 따라 500만원 이상에서 적게는 100만원으로 성과에 따라 편차가 크다"며 "경험과 실적에 따라 단계가 나눠지고 이를 바탕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4대보험과 같은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법에 얽매여 있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날로 줄어들어고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자영업자의 60%가 연평균 소득이 4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이 가운데 20%는 한해 1000만원도 벌지 못했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됴 전년 대비 10.2%포인트 증가한 87.9%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경기 침체와 해마다 인상되는 최저임금 탓이다. 자영업의 3년 생존율은 2010년 40.4%에서 2015년 37.0%로 떨어졌다. 편의점 등 일부 업종에서는 가족 구성원들이 교대 근무를 하면서 인건비라도 줄이려 애를 쓰지만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중에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한 것이 도급계약이라는 얘기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산정 노동시간에 주휴수당 지급분에 해당하는 유급 휴일 시간을 포함시키는 방침을 명문화한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노동부는 지난 10일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 수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하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요지는 주 또는 월 단위로 정해진 임금을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유급으로 처리되는 주휴 시간을 포함토록 하는 것이다.

사용자단체들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에 (지금까지 월 환산액 산정시 포함되지 않아온)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1만20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노동부는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1주간 개근한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법정수당으로, 최저임금과 별도로 사용자가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분자인 주휴수당은 그대로 두면서도 분모인 시간만 연장해 최저임금 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대법원 판례도 근로시간은 월 209시간이 아니라 지급해야 할 법정 수당으로월 174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사용자 단체에서도 노동부 스스로 내년도 최저임금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면서 사용자단체의 주장이 정당함을 시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휴수당 문제는 시행령이 아니라 국회 입법과정 등을 통해 정리돼야 하며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자영업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내년 최저시급을 8530원으로 맞춰보려 하는 중에 또 다시 분모를 늘리게 되면 계획했던 시급이 더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며 "범법자가 되거나 도산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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