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전 삼성생명 부회장이 CJ대한통운 부회장에 선임되면서 주요 대기업 간 '형제의 난'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최근 박근희 전 삼성생명 부회장이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전격 선임되면서 삼성그룹과 CJ그룹 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두 그룹 간 껄끄러웠던 과거와 함께 주요 대기업을 울린 ‘형제의 난’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CJ대한통운 부회장에 선임된 박 전 삼성생명 부회장이 13일 공식 출근했다. CJ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삼성에서 쌓아온 오랜 관록을 토대로 CJ대한통운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과 CJ그룹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가 1993년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한 이후 삼성그룹 최고위직 출신 인사가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건 극히 이례적이다. 그간 두 그룹이 상속세 다툼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과 CJ그룹 간 갈등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고 이맹희 전 CJ그룹 회장 사이에서 촉발됐다.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장남 고 이맹희 전 회장은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아버지 신임을 잃으면서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대신 후계자로 낙점된 셋째 이건희 회장은 이후 삼성그룹과 CJ그룹 분리 과정에서 제일제당 경영권을 놓고 고 이맹희 회장 아들이자 자신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2012년에는 삼성특검을 통해 드러난 이건희 회장 차명주식 4조5000억원에 대해 고 이맹희 전 회장이 분할을 요구하는 유산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분쟁은 고 이맹희 전 회장이 1심과 2심에서 연달아 패소하고 상고를 포기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같은 형제 간 갈등은 이른바 ‘오너리스크’를 부르는 단골 소재였다. 과거 현대그룹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동생 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물러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2000년 당시 두 형제의 ‘공동 회장제’로 운영되고 있던 현대그룹은 그 해 3월 현대그룹 사장단들의 모임인 ‘현대 경영자협의회’가 정몽헌 공동회장을 단독 회장으로 승인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이후 논란이 반복되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차, 현대서비스 등을 포함한 자동차 전문그룹을 맡아 현대그룹에서 독립하면서 마무리됐다.

최근 딸과 아내 등의 갑질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도 과거 형제 간 소송전을 펼쳤다. 한진그룹 둘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넷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2005년 그룹 지주회사였던 정석기업(현 한진칼) 지분을 두고 장남 조양호 회장에게 민사소송을 걸었다. 당시 이들은 “유산분배 과정에서 조양호 회장이 우리에게 넘겨주기로 약속했던 비상장회사 정석기업의 주식 일부를 내 놓아라”라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조남호, 조정호 회장이 정석기업 주식 일부를 증여받으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들 형제는 이후로도 그룹의 사업권과 재산 등을 둘러싸고 수차례 소송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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