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왼쪽)에 이어 한화생명(오른쪽)이 즉시연금 일괄구제에 대한 법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즉시연금은 약관에 '책임준비금' 명시 여부를 놓고 당국과 업계가 줄다리기를 하는 안건으로, '직접치료' 어구를 두고 해석이 서로 다른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문제와 비슷하다. 이에 보험업계는 약관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사진제공=각사>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보험업계가 즉시연금, 암보험 등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약관'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가입자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민원에 대한 권리와 의무 관계를 빨리 확정짓기 위한 절차 가운데 하나이지만, 향후 금감원과의 소송이 예고된 만큼 중요도가 결코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민원 한 건에 대한 결정을 받아들여 보험금을 추가지급 했지만, 이와 관련한 유사 사례에 대한 일괄지급에 대해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한화생명도 9일 즉시연금에 대한 금융감독원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했다. 한화생명은 '금감원 분조위 바로연금보험 조정결정에 대해 불수용 의견서를 최종제출 했다'는 입장을 발표한 상태다.

두 대형 생보사의 움직임에 금감원은 민원인 소송지원제도를 8년 만에 가동하며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소송지원제도는 2002년 8월 도입돼 금감원 분조위가 민원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금융회사의 부당한 조치,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면 소송을 지원하는 제도다.

‘대리전’ 성격으로 번지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약관이 어떻게 작성됐는가 하는 점이다.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상품은 일시불로 보험료를 지불한 뒤, 곧바로 연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이 때 지급되는 연금은 운용수익이다.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간에 빠져나가는 사업비가 문제가 됐다. 보험사는 고객에게서 받는 보험료의 일부를 사업비 명목으로 차감한다. 이는 보험사가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는 위험보장료도 차감한다. 보험사는 이 때 공백이 생기는 금액을 채워 만기에 환급해줘야 하기에 운용 수익 일부를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이 '책임준비금' 부분에 대한 설명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음을 꼬집어 일괄구제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령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상품 약관에는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해당일에 지급한다'고 명시돼있다. 금감원은 이 문장에서 만기에 지급할 재원에 대한 차감 부분이 기록돼있지 않고, 연금월액을 계산하는 데 대한 방법이 막연해 사업비를 뗄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생명은 여기에 맞서 연금액이 책임준비금 산출식에 포함되는데 약관에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다'고 명시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은 단어 하나가 문제를 일으켰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상품 약관에는 '연금개시시의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연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있다. 금감원은 이 문장에서 '고려하여'라는 단어가 '차감하여'라는 단어와 의미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한화생명이 여태 두 단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구분해 사용해 온 만큼 책임준비금을 차감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약관이 일으킨 보험금 분쟁 사례는 다만 '즉시연금'에 지나지 않는다. 3월에 제기된 민원으로 촉발된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사태 역시 약관의 해석 차이가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암환자가 암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번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 구절이 문제가 됐다. 민원의 구체적인 사례에 등장하는 '요양병원의 동위원소 치료'가 직접치료의 범위에 들어가느냐, 들어가지 않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보험연구원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요양병원은 690개였으나 2016년에는 1428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의료기관의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의료행위인 비급여 진료비는 2.6배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요양병원 진료비는 4.7배나 뛰어올랐다. 요양병원에서의 암치료 행위 인정 여부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복잡한 약관에 대한 간소화 조치가 금감원에서 있었고, 보험사는 이에 맞춰 약관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최대한 광범위한 개념의 단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이제 와서 약관의 단어나 어구를 문제 삼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안이 워낙 커져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데 있어 약관을 작성하는데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작성하다보면 약관의 양 자체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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