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선 써니피알 대표이사

강남의 어느 커피숍. 70대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 몇 분이 한 할아버지를 상대로 비트코인 얘기를 하고 있다. “김 영감 얘기 들었지?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몇억을 벌었대. 우리 회사에 1억만 넣어봐. 한 달에 100만 원씩 따박따박 넣어줄게.” 한 시간 넘게 설득을 했지만, 할아버지는 머뭇거리면서 한마디를 하고 먼저 일어섰다. “큰 손자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거라…”

암호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 몇 군데를 홍보하다 보니 유독 이런 풍경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한 번은 삼성동에서 가장 큰 특급호텔에서 개최된 블록체인 컨퍼런스를 갔을 때의 일이다. 1000명 이상을 수용한다는 그랜드볼룸은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가득 들어찼다.

직장인에서부터 젊은 대학생, 가정주부,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그것도 100만 원에 가까운 연회비를 내야 참석할 수 있는 자리인데도 말이다.

전문가들도 어렵다는 블록체인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ICO(가상화폐공개) 설명회였다. 다양한 기업의 대표들이 연사로 나와 자신들이 개발한 토큰을 설명하면서 투자 유치를 독려하는 자리였다.

우리나라가 ICO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참여가 쉽지 않아 행사 주최업체가 투자를 대행해주고 이윤을 다단계 방식으로 배분해주는 구조였다. 돈에 눈먼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 것이다.

예로부터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장터가 들어섰고 돈이 오갔다. 암호화폐(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돈이 된다 싶으니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몰린다. 문제는 정상의 비정상화로 몰린다는 것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투자는 은행의 신규계좌 개설 중단 등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인해 갈피를 못 잡고 암호화폐 암거래 투자를 부추기는 꼴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기술. 그리고 블록체인의 파생 상품인 암호화폐. 정부는 겉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의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암호화폐라는 부수적인 산물의 투기화를 막기 위해 만든 까다로운 규제 장벽으로 인해 블록체인 기술마저도 앞으로 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이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식이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찰스 호스킨슨이 암호화폐의 90% 이상이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상반기에만 1000여 종의 가상화폐가 시장에서 자연 도태되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블록체인의 생태계가 아닐까. 기술력이 증명된 암호화폐는 살아남고, 부실한 암호화폐는 자본 유입이 끊겨 도태되는 건 자연의 순리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인위적으로 막을 게 아니라 각종 규제를 풀어 스스로 생존하거나 도태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정부가 규제할수록 자금은 지하경제로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다. ICO가 금지된 한국을 떠나 올해 들어서만 한국인이 발행한 44건의 가상화폐 공개가 해외에서 진행됐다. 무조건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암호화폐와 ICO, 그리고 거래소와 관련된 법령을 서둘러 제정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부상되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암호화폐의 유통과 결제 활성화를 위해 ICO 금지의 철회나 가상계좌 허용 같은 규제 완화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서는 등록제를 실시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거래소를 규제할 필요도 있다. 결론적으로 블록체인 활성화의 필요조건은 암호화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규제한다고 블록체인 시장마저 위축되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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