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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씨티은행 간편대출'거래내역 없어도 1시간 만에 7000만원 '뚝딱'… 소비자단체 "너무 쉽게 거액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문제"
씨티은행의 모바일 직장인신용대출 간편절차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너무 쉽게 대출이 받아지는 바람에 보이스피싱 일당 말을 믿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대출 신청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고객 편의성이 높아진 반면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A씨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일당은 A씨 명의가 대포통장에 이용됐다면서 혐의가 있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하자 일당은 A씨에게 피해자임을 입증하라며 대출금지에 동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씨티은행에 의심되는 직원이 있으니 거기서 대출을 받아보라”며 “우리가 대출금지 조치를 해놨는데도 만약 씨티은행에서 대출이 받아지면 거기에 불량 직원이 있다는 뜻”이라고 속였다. 다른 은행도 아닌 씨티은행을 특정해 대출을 권한 것이다.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씨티은행은 최근 거래한 적이 없어 대출이 받아질리 없다”고 말했으나 일당은 계속 씨티은행에서 받아봐야 한다고 고집했다. 수사를 위해 협조하라는 말에 A씨는 스마트폰 앱으로 휴면정지 상태였던 씨티은행 계좌를 해지하고 새 계좌를 만들었다.

A씨는 ‘설마 받아질까’ 싶은 마음으로 7000만원 대출을 신청했다. 그런데 1시간 만에 7000만원이 통장으로 입금됐다.

일당은 A씨에게 “씨티은행에 불량 직원이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대출 받은 돈은 불법자금이니 우리에게 보내라. 그러면 대출 기록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그 말에 속아 그들에게 대출받은 돈을 송금하고 말았다.

A씨는 “주거래 은행에서 2000만원 대출받을 때는 전화가 오고 서류도 팩스로 보냈다”며 “그런데 씨티은행은 거래하지도 않았는데 확인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1시간 만에 7000만원이라는 큰돈이 대출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너무 쉽게 대출이 받아지는 바람에 보이스피싱 일당 말을 믿게 됐다”며 “또 다른 누군가도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씨티은행 인터넷·모바일 전용 직장인신용대출은 ‘무서류, 무방문으로 쉽고 빠르게 즉시대출 가능하다’고 홍보되고 있다.

대출대상은 만19세 이상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다. 씨티은행에서 정한 적격업체에 재직 중인 만26세 이상 고객이면 건강보험료 납부실적이 6개월 이상만 돼도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한도는 최저 500만~최고 1억4000만원까지 가능하다.

2013~2014년 씨티은행에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고객정보 4만4000여건이 유출된 사건이었다. 당시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A씨가 겪은 보이스피싱도 이와 연관이 있는 걸까.

씨티은행 관계자는 “확인 결과 유출 당시 A씨는 우리 고객이 아니었다”며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대출 절차에 대해서는 “A씨는 모바일뱅킹에서 본인확인을 위한 공인인증서·휴대폰·OTP(일회용 패스워드) 인증을 모두 수행한 후 신용대출을 받았다”며 “다른 은행에서 전화확인을 하는 것 역시 본인확인을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이 겪은 일은 안타깝지만 은행에서 본인확인 절차를 최대한 진행했다”며 “고객 요청에 따라 매월 납부금액을 줄여드리고자 만기일시 상환방식으로 변경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더 살펴봐야겠지만 단순히 소비자의 무지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문제”라며 “대부업체도 아닌 제1금융권이 7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추가 확인 없이 너무 쉽게 대출해준다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건강보험 납부실적 등 은행이 나름대로 확인하는 항목이 있겠지만 오랜 기간 거래내역도 없는 고객이 새로 계좌를 만들어 7000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배승희 기자  baeba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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