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보전 방안으로 신재생 발전사업 참여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한경면 해상에 건설된 국내 첫 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 조치에 가정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한국전력공사는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국민이 전기요금 혜택을 볼수록 한전이 견뎌야 하는 적자폭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전의 재정 실태를 정상화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8일 한국전력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에 시행되면 한전은 3000억원 가량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일 가정용 누진제 한시적 완화 조치를 통한 전기료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7~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1단계와 2단계 누진구간을 각각 100kWh 만큼 확대해 국민의 전기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산업부는 누진제 한시 완화 조치로 인해 2단계 구간 이상에 속한 1512만 가구는 7~8월 두 달간 가구당 평균 1만370원, 총 2761억원 규모의 요금 혜택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여름엔 폭염과 겨울엔 한파 일수가 늘어나는 이상기후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기 소비자인 국민의 에어컨 등 냉방 가전기기 비용 부담을 덜었다는데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전기 판매자인 한전의 입장이다. 국내 전력생산 구조상 국민의 전기료 부담을 낮출수록 반대급부로 한전의 수익성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한전 측은 1512만 가구가 혜택을 받는 2761억원에 영유아, 저소득층 지원 등 부수적인 비용을 합하면 대략 3000억원대의 손실이 전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전기 공급자인 한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제도적인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백운규 장관은 전기료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누진제 한시 완화 비용 2700억원을 우선 한전 재정으로 메꾼 후 추후 한전 재정 보완을 위한 추가 법제를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전에게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법이 언급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중소 사업자들의 일감을 빼앗고 전력망의 중립성을 훼손시킨다는 이유로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현행법인 ‘전기사업법’에도 ‘한전은 전기를 직접 생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한전이 2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최근 재정 악화를 겪으면서 정부가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뒤 관련 법제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또 전력거래소에서 사들이는 전기구매단가(SMP)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전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전력을 사들인 SMP는 원자력이 60.76원/1kWh, 석탄화력이 79.27/1kWh, LNG가 113.44/1kWh, 신재생 및 기타가 160.21/1kWh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관계자는 “거래소로부터 구입하는 에너지원별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법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면서 "전기 구매비가 싸지면 한전의 적자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정상화 방안도 거론된다.

주택용은 물론 산업용과 농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함께 고민해 전기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할 때 한전의 재정 실태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한전이 적자라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분명 존재하며 다만 용도별로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산업부 내부적으론 현재 원가 회수가 되지 않는 주택용과 산업용 심야요금에서 결국 요금을 인상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국영기업인 한전의 손해는 한전 직원 월급을 깎아 부담을 지는 게 아니고 전기료 인상으로 국민이 부담을 지게 돼있다”면서 “이번 누진률 조정으로 한전이 손해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이 언젠가 낼 돈을 지금 내지 않는 것뿐이라 결국 국민이 한전에게 외상을 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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