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해외건설의 문을 두들겨온 건설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7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액수는 총 189억4200만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수주한 175억7900만달러보다 8%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건설시장 수주는 85억6200만달러에서 121억4300만달러로 증가하며 절반 이상(52%)을 차지한 반면 중동 수주는 유가 상승 호재에도 불구하고 90억1700만달러에서 66억9200만달러로 급감했다.

업체별로는 올해 상반기 삼성엔지니어링이 48억5836만 달러를 수주하면서 1위를 기록했고, SK건설이 25억1708만달러, 삼성물산이 20억6868억달러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약진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화학플랜트 발주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수주잔고는 13조7548억원으로 6조9625억원을 기록한 전년에 비해 두 배 가량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과거 전성기 수준은 아니지만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대내외적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고 기술 경쟁력을 무기로 꾸준하게 이익을 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동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건설사가 있는 반면, 불가항력적 국제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회사도 있다. 

이란에 투자를 집중한 건설사들의 경우다. 국내 건설사가 지난해 이란건설 시장에서 수주한 건설공사액은 52억3000만달러로 단일 국가 규모로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의 이란 적대 정책으로 인한 역내 갈등이 심화되면서 올해부터 일감이 끊어져 수주 실적 0건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이란 특수효과로 해외수주 1위를 기록한 현대엔지니어링도 발주가 줄어 수주액이 15억1883만 달러로 4위에 머물렀다. 더군다나 11월 미국의 대 이란제재가 본격화되면 3조8000억원 규모 사우스파 가스전 확장 공사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공사를 준비하던 기간에 미국의 핵협정 탈퇴가 이뤄진 것이어서 지금까지 투입된 자금은 없다"며 "계약은 살아 있으니 우선 11월 4일 제재 유예 시점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SK건설 인프라구호 지원단이 지난 1일 라오스 이스타프주 침수피해 지역에서 도로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SK건설>

대림사업은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여파로 실질적인 손실을 입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3월 체결한 19억 달러 규모의 이란 정유공장 공사 계약이 해지되면서 올 상반기 해외 수주액은 1억5723만 달러로, 13위에 그쳤다.

성장하는 동남아 건설 시장에서 연이어 프로젝트를 따내며 순항하던 중에 라오스 사태를 맞은 SK건설에 닥친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우선 공정율 90%에 육박한 세피안·세남노이 프로젝트 공사에 SK건설이 지난 1분기까지 투입한 공사비는 7781억원으로 복구비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SK건설이 올해 상반기 거둔 수주 27억2921만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동남아 시장에 편중돼 있어 대외 이미지 손상이 자칫 수주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이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도 이어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회장 소유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간의 계열분리 완성을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해온 기업공개(IPO)계획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국내 건설·부동산 침체 가운데 어느새 해외건설 부분 강자로 올라선 삼성물산은 여러 변수에서 다소 자유로운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3월 4억5600만 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복합화력 프로젝트를 따낸데 이어 5월에는 4억4800만 달러의 싱가포르 지하도로 공사 수주해 동남아 지역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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