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지난 4월 가까스로 법정관리를 벗어난 STX조선행양이 다시금 위기에 몰렸다. '수주 가이드라인'에 맞는 선박 수주는 지원하겠다던 산업은행이 기존의 입장을 바꾸면서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이 KDB산업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지 못해 잃은 일감이 지난 5~7월 급속도로 불어났다. 취소된 선박은 홍콩, 대만, 그리스 선사로부터 건조의향 계약(LOI)을 따낸 중형유조선(MR탱커) 6척이다.

RG란 조선사가 선박을 제 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환급해주는 것을 보증하는 증서다.

일반적으로 국내 조선사가 외국 기업에게 선박을 수주했을 경우 해양금융종합센터가 계약서와 제조원가 명세서 등을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기관이 RG보증을 선다. 통상 두 달 안에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선주와의 계약이 취소되기 때문에 선박 수주에 있어 필수적인 요건이다.

산업은행측은 이번에 RG를 거부하면서 STX조선이 자구책 이행 약속 중 '동산 조절'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STX조선측은 지금까지 문제됐던 저가 수주가 아닌데도 산업은행이 미발급 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부동산 자산 매각을 위해 시장에 내놨지만 적절한 가격에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달러 강세로 이익률이 줄면서 산업은행이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의 올해 수주 목표는 선박 20척. 그러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RG 발급 승인이 거절되면서 영업 측면에서 최소 2억달러 상당의 타격을 입게 됐다.

그리스선사 MSM으로부터 지난 5월 따낸 5만 DWT급 MR탱커 2척에는 옵션분 2척이 포함돼 있었다. 홍콩 선사인 '발레스팀십', 대만 선사인 '신시어내비게이션' 등과 계약 취소된 것을 포함한 6척의 MR탱커를 국제해사기구(IMO)의 기존 환경규제인 Tier-II 기준 시가로 따지면 척당 3400~3500만 달러다. 

중소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수주 남발은 문제가 있지만 선박을 수주하고도 RG발급 여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STX조선의 경우는 임금의 2분의1 삭감까지 감수하며 저가수주가 아닌데도 취소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4월 임금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겠다는 STX조선 노사의 자구계획안을 수용하면서 "컨설팅에서 요구한 수준 이상으로 판단됐다"며 "수주 가이드라인에 맞는 선박은 RG 발급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중소조선사 10곳이 수주한 선박은 고작 12척에 그쳐 대형조선 3사와 중소조선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가 적자를 보는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RG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반면 중소조선에는 유독 강화된 잣대를 적용한 것이 양극화 문제를 낳았다는 지적이 많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0개 중형 조선사(한진·STX·성동·대한·SPP·대선·한국야나세·연수·마스텍·삼강 S&C)에서 수주한 선박은 총 12척으로 27만3000CGT에 그쳤다. 이 결과 수주 잔고도 4억7000만달러(약 52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45%나 줄었다.

STX조선은 현재 해외 선주 3곳으로부터 Tier II 적용 선박 7척을 계약하고 RG를 기다리는 중에 있다. 그간 얼어붙었던 해운 시황이 중형선을 위주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강화되는 금융당국의 RG 발급 정책으로 중소조선업계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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