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초 설립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재단'에 빚 탕감을 신청한 사람은 지난달 말 기준 3만5000여명으로 중간 집계됐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정부가 장기소액 연체자들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신청자가 당초 예상 지원자수의 2.9%에 불과한 것으로 중간 집계 됐다. 이 때문에 사업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초 설립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재단’에 빚 탕감을 신청한 사람은 지난달 말 기준 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재단은 2월 26일부터 이달 말까지 6개월간 오랜 기간 생계형 소액채무를 갚지 못해 고통 받아온 장기소액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신용회복지원 신청접수를 받는다.

대상은 지난해 10월 31일 기준으로 원금 1000만원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한 국민행복기금 및 민간 금융회사 장기소액 연체자다. 전국 42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및 26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지부 등에서 방문신청하거나 ‘온크레딧’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신청할 수 있다.

당시 재단 측은 “이번 정책으로 오랫동안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금융취약계층이 재기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119만1000명의 장기소액 연체자를 지원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행복기금과 채무감면 약정을 맺고 장기 연체한 빚을 나눠 갚고 있는 채무자 42만7000명, 대부업체 채무자 35만4000명, 민간 금융회사 채무자 28만1000명, 금융 공기업 채무자 12만7000명, 신용회복위원회 개인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성실 상환자 2000명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신청 마감 기간이 한 달 남은 지난달 말 기준 접수자 수는 정부 추산 지원 대상 규모의 2.9% 수준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당국이 사업 부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 과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신청자 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정책 홍보가 덜 됐거나 소득이 높아서 실제 자격 심사에서 걸러지는 사례가 많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권이 작년부터 자율적으로 소멸시효(상법상 5년)가 지난 채권을 대거 소각했는데 여기에 장기 소액 연체 채권도 상당수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기업과 민간 금융회사·대부업체 등은 당국의 정책 방침에 따라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30조원어치(310만명)를 추심이나 연장 없이 소각했다. 이때 연체 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채무 원금이 1000만원 이하인 장기 소액 연체 채권도 함께 정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정부의 소극적 지원 태도를 지적했다. 채무자 구제 사업을 하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의 김미선 상임이사는 “보험사 등 기존 금융회사의 대출 상담 업무를 위탁받아서 하던 회사에 소액 연체자 상담 콜센터 업무를 맡기다 보니 직원이 사업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지원 대상자조차 접수할 수 없다고 안내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소극적으로 상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상임이사는 “장기소액연체자는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처럼 실무자의 의지나 사업 홍보가 부족하다보니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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