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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 초대석] 김웅서 KIOST원장 "글로벌 5위 해양강국 목표"해양력은 국가 자존심·생존의 문제…“해양 기술 확대 위해 ‘기술복덕방’ 역할하겠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세계지도를 거꾸로 걸어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바다로 나가는 아시아 대륙의 입구다. 이렇게 중요한 루트를 지키고 무궁무진한 자원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해양력이다."

대한민국 해양과학의 선봉에 서 있는 해양과학기술원(KIOST) 김웅서 원장이 우리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38년 동안 해양 연구에만 매진해 온 학자에서 국가 해양력 강화 첨병을 맡게 된 김 원장. 그는 취임부터 조직 내 칸막이를 없앴고, KIOST의 해양 기술 이전 등 국가의 범해양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스로를 '학자'가 아닌 '비즈니스맨'이라 부르는 김 원장을 1일 이뉴스투데이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비즈니스화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필요로 하는 기업체에 기술을 제공하는 연결고리로서의 (KIOST의)성격 전환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단순 기술 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으로 연결돼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좋지 않은가"라는 게 김 원장의 기본적인 구상이다.

KIOST는 1973년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시작해 한국해양연구소와 한국해양연구원을 거쳐 2012년 7월 1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재출범하며 지난 45년간 한국 해양과학기술 발전의 최전방에서 활약을 펼쳐온 국가출연 연구기관이다.

김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양과학기술원을 '세계 5대 해양연구기관'으로 올려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연구소의 문을 열어 국내 기업들에도 신기술을 이전해 산업과 연계시키는 '기술 복덕방'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과학 조사선 이사부호. 연구원 38명 포함, 총 60명이 탑승해 대양에서 55일 동안 연속 탐사활동이 가능하다. 지난 7월 26일 인도양 공해 중앙해령에서 새로운 심해 열수분출공을 발견했다.

'바다에서 찾는 국민의 행복, 인류에 공헌하는 해양과학기술'을 비전으로 설정한 김 원장은 KIOST가 개발한 연구 성과가 국가와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실용화·산업화 단계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짧은 기간에 이뤄낸 성과치고는 한국의 해양기술력이 선진국의 문턱까지 올라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의 급속한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며 가야할 길 역시 멀다"고 덧붙였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6500미터 심해까지 닿는 일본의 유인잠수정 '신카이호'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던 기간에, 중국이 비밀리에 개발한 '자오룽호'가 마리나해구 7062미터까지 잠항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7년 중국 청도에서 열린 국제해양과학기술 전시회에 해양학회장 자격으로 참가했을 당시에도 다시 한번 더 상전벽해를 느꼈다. 김 원장은 "20년 전 해양공동센터 설립 때에는 한국의 해양기술에 대한 우월감이 있었지만 '아 이제는 추월당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이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미국·프랑스·러시아·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유인잠수정 기술을 확보한 나라가 된 반면, 그간 한국 정부의 투자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해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 그리고 손익구조만 따지는 정부의 회계 등이 이유였다.

바다에 대한 열정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김 원장. 그는 학계에 몸담은 기간에도 심해유인잠수정을 타고 심해 5000미터가 넘는 태평양 바닥을 누비는 탐험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프랑스·일본 등 해외 연구소들과 함께 직접 몸을 던지는 탐사 활동은 다반사였다.
 
지난해에는 국내외 대학생 182명을 인솔해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나오는 바닷길 1만2000km를 누비는 '해양실크로드 탐험대장'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1부원장 등 다양한 보직을 맡아 여수세계박람회를 성공리에 이끌기도 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이 7월 26일 발견한 인도양 해저의 새로운 열수공. 이름은 '해양과학기술원 열수공'이라는 의미의 '키오스트 벤트 필드(KIOST Vent Field·KVF)'다.

다음은 김웅서 KIOST원장의 일문일답이다.

= 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최근 부산 신청사로 이전했는데 분위기는 어떤가.

▲ KIOST는 지난 20년 동안 경기도 안산에 위치해 있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부산지역 혁신도시를 추진하며 이전이 결정됐고, 10여년이 지나서야 옮길 수 있었다. 출범식은 7월 열렸지만 실제 부산으로의 이사는 올해 초에 진행됐다. 완공이 안 된 상태여서 이것저것 정리를 마치고 조직 개편을 완료하느라 반 년 정도 늦었다. 가족들과 떨어지게 된 (KIOST)직원들이 부산에서 뿌리를 내리는 과제가 남았다.

= 평생 연구만 하다 KIOST 조직 수장을 맡으신 감회는.

▲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멍석을 깔고 장단을 맞춰주는 기관장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조직체계를 바꿨다. 정부 국정운영 방침에도 맞추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처음에는 조율이 쉽지는 않았다. 직원들에게는 우리(KIOST)연구소는 ‘개인연구소’가 아니라는 점을 주지를 시켰다. 보통 연구기관은 개인적 연구에 빠져 방문을 잠그면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연구원들 사이 벽을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 해양 프로젝트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많은 백그라운드를 갖춘 직원들이 모여야 거대한 해양을 담아낼 수 있다.

= 5대 해양강국 진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연구실적, 인력, 장비 등을 종합 평가하면 전체적으로 미국이 1위고 유럽연합이 뒤를 쫓고 있다. 독일과 영국은 한국과 비등한 수준이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일본은 심해 6500m까지 잠수해 심해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인심해잠수정 '신카이 6500'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이후 중국은 2017년 중국은 심해 탐사 유인잠수정인 자오룽호로 6700m 깊이까지 잠수하며 세계기록을 세웠다. 해양기술력은 국가적 자존심(pride)이 걸린 문제다. 즉 국가서열을 논할 수 있는 스탠더드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해군력이든 해양산업 경쟁력이든 핵심은 해양과학기술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있다.

김웅서 KIOST 원장. <사진=이태구 기자>

= 해양산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고, 정부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

▲ (해양산업 발전은)정부의 인식 차이가 크게 좌우한다. 미국의 우주개발도 당시 대통령이 주도했기 때문에 달에 우주인을 쏘아 올릴 수 있었다. 즉 국가적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요즘 중국도 해양굴기를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 정책’을 비롯해 바다의 중요성을 많이 언급해서 기대감이 크다. 원장직을 맡으면서 ‘나는 이제부터 아버지 역할을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부정적 의식이 있더라도 수장이 열심이 돌아다니며 예산을 따오는 노력을 펼치면 조금이라도 (예산이)늘지 않겠나. 지금까지는 이런 노력이 부족했던 느낌이다. 전체 과학기술부문 연구예산이 늘기는 했지만 KIOST는 그 추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연구원들이 10배~20배의 자금을 달라는 것도 아닌데 돌아오는 것은 ‘경제성이 문제’라는 답변이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자기가 미쳐서 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하도록 놔둘 때 연구결과(product)가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부처에 따라 (예산 집행 등이)다르지만 특히 경제부처는 기다리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회예산처도 찾아 설명하고 정치권과 접촉을 늘릴 예정이다.

= 해양연구 부분에서 미국·프랑스·일본·중국이 앞서는 구도에서 5위 목표가 가능한가.

▲ '대양과 심해'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된다. 해양기술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분을 한국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KIOST는 해양학뿐 아니라 조선, 플랜트, 산업공학 등 여러 부분에서 국내외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얼마 전 ‘이사부호’가 출항해서 열분출구를 찾은 것도 대양사업의 일환이다. 전 세계 탑(Top)순위의 연구소들이 (성과내는 것을)한국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취임 후 첫 번째 주문이었다.

특히 국제해저기구 법규위원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대양과 심해는 인류공동의 자산이다. 이 때문에 권한을 공평하게 나눠주고 탐사를 성공할 경우 반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망간 15만㎢짜리 광구를 찾아내면 7만500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후발주자들을 위해 남겨둔다. 즉 기술력을 갖춘 나라가 임자라는 말이다.

= 해저 자원이라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 (해저 자원 개발 시)5년 후면 손익 분기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육상에도 광산이 많아 해저 광물보다 단가가 쌌다. 하지만 점점 더 오지를 찾아가야 하는 단점과 중국과 신흥국의 경제 성장으로 채취 비용이 비슷해지고 있다. 바다는 발견한 그곳에 가서 파내기만 하면 되는 곳이다. 앞으로 10년 내에는 바다 자원에 눈을 돌 릴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채광 로봇이 이미 수 백 미터 망간광의 채광 테스트를 완료한 바 있다. 환경적인 측면도 고려해 압력으로 흡입해 수상으로 분출시키는 기술을 개발해둔 상태다.

= 해양분야와 4차 산업혁명과의 접목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가.

▲ 3D산업 분야에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의 기본적 기술을 접목해 매력적인 사업으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물고기 양식 분야에서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서 실시간 양식 현황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양식 환경을 관리할 수 있어 젊은 사람들에게 호감이 가는 업으로 바뀌고 있다.

또 연구 부문에서도 그동안 어려웠던 미지의 영역에 쉽게 다가갈 있다. 최근 KIOST에서 개발한 수륙양육 기능을 갖춘 '아쿠아 드론'의 경우 바다를 한 바퀴 돌아오면서 각종 데이터를 전송한다. 인간 지능의 연장선이라는 개념으로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할 때 지금까지 어려웠던 업종, 즉 바다와 같은 미지의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진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이 서울시 서초동 이뉴스투데이 본사를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KIOST의 기술력으로 돈스코이호 실체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 돈스코이호는 1999년 연구원이 개발한 마그네토미터 기술로 2003년경 발견한 선박이다. 자력 있는 센서를 이용해 잠수함이나 대형선박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박 발견은)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비슷한 것이어서 수 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 KIOST가 찍은 화포 사진이 있는데, 신일그룹이 공개한 사진과 부유물의 위치나 각도 등이 매우 유사해 동일 선박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물선의 존재 여부보다 이런 기술은 개발에만 성공하면 지상 등 여러 분야에서 쓰일 수도 있는 것이 중요하다. 육상 드론에 부착하면 지뢰탐지 드론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 KIOST 독자 기술의 사업화나 기술 이전이 사례가 있는가.

▲ 연구원의 특성은 규제에 맞춰 산업을 만들어낸다는 것보다 기술개발을 해내는 것이 마지막 목표다. 이 때문에 그 뒤에는 생각을 많이 안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KIOST를 ‘기술복덕방’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비즈니스화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필요로 하는 기업체에 기술을 제공하는 연결고리로서의 성격 전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순 기술 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으로 연결돼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좋지 않은가.

=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해서 제언이 있다면.

▲ 정권이 바뀌더라도 바뀌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는 육상 자원보다는 해양지원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광구가 약 11만㎢에 달한다. 이처럼 해양으로 나아가야 할 국가적 현실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만약 틀어져 봉쇄정책을 펼치면 영락없이 고립신세가 된다. 즉 이 길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신남방정책이라고 본다. 세계지도를 거꾸로 걸어 놓고 보면 뾰족 튀어 나온 대한민국은 바다로 나가는 대륙의 입구다. 이렇게 중요한 루트를 지키고 무궁무진한 자원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해양력이라는 점이다. 즉 우리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철칙은 절대로 바뀌어서는 안된다.

이상헌 기자  liberty@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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