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건물 외관.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금융권이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부 참여 업체들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사들은 잠재력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KB금융그룹은 ‘KB스타터스’ △신한금융그룹은 ‘퓨처스랩’ △우리은행은 ‘위비핀테크랩’ △KEB하나은행은 ‘1Q Agile Lab’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원 사업에 참여한 일부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사에서 진행한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사업 3곳에 참여했던 A업체 대표는 “대부분 지원 프로그램이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홍보용으로만 스타트업들을 사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타트업과 동등한 입장에서 파트너십을 맺는 게 아니라 시스템 통합 역할로 접근하는 식”이라며 “독점적인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들을 만들다보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B업체 대표 역시 “다른 대표들은 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부터 아예 특정 금융사와 B2B를 배제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떤 금융사에서는 오히려 스타트업에 홍보를 부탁하기도 해, 정작 지원프로그램과는 상관없는 일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홍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골라서 할 수만은 없다보니 시간·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낭비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C업체 대표는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애초에 금융 대기업들이 진행하는 지원사업에 대해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크게 실망한 점은 없다”면서도 “지원하는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프로그램 기간 동안 시간낭비를 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D업체 대표는 “금융사에서 새로운 제도가 나왔다고 신청을 하라고는 하는데 막상 신청하고 나면 수일이 지난 후에야 어려울 것 같다고 답을 주는 경우도 있어서 허탕 치는 일도 있었다”며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운 빠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들도 나름의 고충은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미 핀테크 스타트업 시장도 포화상태라 업체를 새롭게 선정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 간 격차가 큰 편이라 잘 하는 업체는 오히려 은행이 지분 투자를 한다고 해도 거부한다”며 “투자 받을 곳이 많으니 굳이 지분 투자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어떤 곳은 투자나 지원이 부족하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다보니 처음부터 상대방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부터 어렵다”며 “핀테크 쪽은 기술 베이스다보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체가 얼마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도 보지만 이 사업을 정말 함께 해나갈 수 있는지 대표의 인성도 많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은 엔젤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건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공간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사무공간을 내준다는 의미보다, 그곳에 담당자가 상주하며 업체와 서로 호흡하고 네트워킹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일괄적으로 육성해 졸업시키는 시스템이 아닌 개별 스타트업 성장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며 “육성하는 기관 관점에서 현상을 파악할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스타트업과 함께 협력하고 성장하려는 노력을 기업에서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성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육성 스타트업과 잦은 면담을 통해 현 단계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체들은 지원 프로그램이 지닌 장점에 대해 “금융기관 안에 있는 담당부서 혹은 담당자와 직접적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많이 도움이 됐다”며 입을 모았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소규모 스타트업이 실무자를 찾아 관계를 맺기란 아주 어려운 일인데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기업 차원에서 직접 연결을 해주기 때문에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으로는 “앞으로 은행과 스타트업 둘다 목적성이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다”며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실히 밝히고 투자면 투자, 홍보면 홍보, 솔루션 테스트 및 개발 등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에 집중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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