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 달 사이 ESS 설비 시설  화재 사고가 6건이나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5월 2일 변전소 배터리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경북 경산변전소 ESS. [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핵심시설 중 하나인 에너지저장시스템(ESS)설비 폭발 및 화재 사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원인조차 파악이 안 돼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 달 새 ESS 설비 폭발로 인한 화재 사고가 6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5월 2일엔 변전소 배터리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경북 경산변전소 ESS에서 배터리 폭발로 주파수조정용(FR)배터리 100여 개와 16㎡ 크기 컨테이너 내부가 불에 탔다. 경산변전소에는 동급(4MWh)ESS 컨테이너 12개동이 설치돼 있어 조기 진화에 실패했다면 자칫 대형 화재와 초고압 송전선로 소실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ESS에서 화재가 잇따랐다. 6월 2일 전남 영암 풍력발전단지 내 ESS에서 불이 나 수십억 원의 피해가 났다. ESS 축전설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전기실에 불을 붙었고, 연쇄 폭발이 이어지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12일에는 전남 해남 태양광발전소 설비동 ESS배터리 저장실 1층에서 화재가 일어났고, 세종시 한 제지공장에서도 ESS 화재가 발생했다. 

한 달이 멀다하고 ESS 화재 사고로 해당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ESS 설비 화재 사고가 석 달 사이 무려 여섯 차례나 발생했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화재 원인 분석에 나섰지만 대부분 설비가 불에 타 정확한 원인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SS는 국내 대기업들이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전력변환장치(PCS), 운영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되는데 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됐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간절기에서 여름철, 사고가 빈번해지는 것은 기온 상승이 화재에 취약한 ESS 발열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고 원인 규명조차 안 된 상황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된 ESS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어,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ESS 설치 개소는 신재생발전소와 건물 등을 비롯해 900여 곳에 이르고 설치 용량은 2.9GWh에 달한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 육성 정책으로 ESS가 뜨면서 나날이 확산 추세에 있지만 계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는 설비 안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마구잡이식으로 시설만 늘리다보면 유사 사고 또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와 대처 방식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ESS정책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배터리 기업들의 영업적인 측면만 강조하면서 안전관리와 기본적인 품질 등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화재로 리튬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화재 원인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낮과 밤, 날씨와 기온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되는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에너지 저장 장치인 ESS 필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산업부는 ESS를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주력 육성 분야로 성장시킨다는 구상 하에 올 상반기 ESS시장을 20배 확대, ESS 1.8GWh 보급을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미흡한 안전 대처로 ESS 화재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면 에너지 전환은 물론 ESS를 신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