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8·2 부동산 대책'이 건설 경기 침체를 부추기고 대규모 고용참사를 낳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정책을 펼쳐온 정부가 '동결 또는 확대'로 입장을 바꾸는 모양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저성장인 만큼 근본적인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 겸 장관은 내년 SOC 예산을 추가 감축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재검토하겠다며 사실상의 동결을 시사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앞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적정 SOC투자를 유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두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일자리 감소가 건설·부동산 침체와 맞물려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통계청이 발표하는 월별 취업자수가 올해 상반기(1월~6월)10만개로 감소했다. 32만개 일자리 창출을 자신했던 정부도 하반기 경제운용대책에서 18만개로 줄였으나 이마저도 목적 달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최근 조사에서도 상반기 누적된 건설 수주 감소 여파로 앞으로 5년간 취업자 수가 32만명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2분기 건설업 일자리 역시 92만7144개로 전년 동기 93만3782개에서 6638개 감소했다.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며 국내 고용 3분의1을 지탱해온 건설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올해 2.9%, 내년 2.7% 성장률 내려잡았다.

KDI는 물론 대부분의 연구기관이 저성장의 원인으로 건설업 침체를 꼽는 가운데, 건설업 현장에서는 일감(공사 착공건수)이 재고(준공 건수)를 밑도는 초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준공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가 증가한 34만5000호인 반면 착공은 21만8000호에 불과하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낳은 건 지방 주택시장 침체뿐"이라며 "정부 규제로 인해 수익이 되지 않는 일거리만 남아 있는 상황에 부담을 안고 신규 사업을 진행할 건설업자는 없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은 전국적으로 규제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6·19조치였다. 이어 초과이익환수제로 대표되는 8·2대책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강남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여기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요건을 강화하면서 실효성 논란과 함께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나타났다.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유인하는 정책은 여기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100만호 상당의 공급이 지방에 집중된 주거복지 로드맵은 서울과 지방간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흐름에서 암세포처럼 증가해온 것이 '악성 미분양'(준공후 미분양)이다.

국토교통부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전달 5만9836호에서 3.7% 늘어난 6만2050호로 집계됐다. 지방으로 갈수록 미분양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수도권의 미분양은 9508호로 전달 9833호 대비 3.3% 감소했으나 지방은 5만2542호로 전달보다 5.1% 늘었다.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6월 말 기준으로 전달 1만2722호보다 4.9% 늘어난 1만3348호로 파악됐다. 3월 1만1993호, 4월 1만2683호, 5월 1만2722호에 이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2015년 3월 1만3503호를 기록한 이후 3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악성 미분양 역시 지방으로 갈수록 격차가 커져 서울은 22호로 변화가 없었지만, 인천은 590호로 4.8% 증가했고 경기는 2024호로 7.7% 늘었다.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1만712호로 4.4%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분양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85㎡ 이하 중소형 평형이 4.2% 증가한 5만6648호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은 전달 대비 1.2% 감소한 5402호에 머물렀다.

즉 중소형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져 건설사 입장에서 섣불리 투자할 수가 없는 시장 구조라는 것.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는 공공택지 분양이나 지식산업센터 등 공공발주 사업도 한계가 있어 시장이 전체적으로 마비된 상황에서 건설투자를 논하는 것 자체가 배부른 소리"라고 일갈했다.

또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함께 올해 20%가량 삭감된 SOC 예산도 고용참사를 더 장기화시키고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경기 둔화가 경제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건설수주가 지난해보다 14.7%, 23조6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향후 5년간 건설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취업자 수는 32만6000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건설경기의 대표적인 동행지표인 건설투자의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경제 및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을 채용한 건설사는 상위 10대 업체 가운데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GS건설, SK건설 등 5개에 머물렀으며, 채용 규모 역시 지난해에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SOC예산 감축과 부동산 규제등 건설·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각종 규제가 고용에까지 악영항을 미치는 양상이다.

이홍일 경영금융연구실장은 "최근 건설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는 것은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민간 건설경기가 빠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 SOC 예산이 급감하면서 공공부문이 완충 역할을 못 해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건설수주가 올해뿐 아니라 향후 2~3년간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 향후 건설경기가 경제성장과 고용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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