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국민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건물. <사진=각사 제공>

[이뉴스투데이 배승희 기자] 카드업계가 울상이다. 제로페이가 장기적으로 카드 소비패턴을 변화시켜 업계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이하 금정추)가 수수료 1% 미만의 모바일직불 서비스(일명 제로페이)를 내년 상반기에 개시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금정추는 한국은행 및 시중은행·유관기관 등 28개 금융권 협의체로 구성돼 있다.

제로페이는 결제과정에서 중계·대행 단계를 축소하거나 생략할 수 있어 판매점이 부담하는 수수료 수준이 0%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붙여진 이름이다. 정부(중소기업벤처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페이 등도 금정추가 마련한 결제방식 등 관련 기술표준을 활용할 계획이다.

제로페이는 현금카드 결제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점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1% 미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신용·체크카드 수수료 평균은 각각 결제 금액의 2.1%, 1.6%다.

카드업계는 제로페이가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궁극적으로 업계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페이에는 신용기능이 없다는 점에서 신용카드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잔액이 있어야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 시장은 잠식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카드 승인금액 중 신용·체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8%, 21.9%다. 승인건수 비중은 신용카드 59.8%, 체크카드 40.0%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제로페이가 지불수단의 구조 자체를 바꿔놓는다면 카드업계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 때 체크카드를 쓰다가, 취업 후 신용카드를 만들어 쓰던 소비패턴이 제로페이를 계속해서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제로페이 추진 배경 역시 단순히 판매자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를 낮추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급서비스 생태계를 바꾸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금정추는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은행계좌 기반의 현금카드를 소지하고 있음에도 신용카드서비스가 시장을 선점해 모바일 직불서비스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진 배경을 밝혔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 역시 “제로페이 등 은행·정부·지자체가 다양한 결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들이 카드사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결제수단이 많아지는 것은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의미”라며 “누가 살아남을지는 실제 소비자가 쓰느냐 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을 이야기하면서 “대신 카드사에 새 사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카드업계 반응은 시큰둥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사업을 하려고 해도 자본여력이 있어야 하는데 제로페이 등이 시장환경을 바꿔놓으면 카드업계 수익성은 더 떨어져 안정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불공정 경쟁”이라며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가격을 내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28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12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KB국민카드 역시 일회성 이익을 감안하면 전년동기 대비 40억원 가량 순익이 감소했다. 하나카드도 전년 동기 대비 234억원 순익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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