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시행이 고공행진 하던 강남권 집값과 재건축 시장 급등세를 멈추는 효과를 불러왔다. 사진은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지난해 8월 2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로 평가받는 만큼 집값 오름세는 멈췄지만 지역 간 양극화 등 부작용을 낳으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2 대책) 시행 이후부터 올해 7월 마지막 주까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는 0.2% 하락했다. 8·2대책 이전 1년간 1.25%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지난 8.2 대책에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다주택 양도세 중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청약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재개발‧재건축 전매‧재당첨 제한 등이 담겼다.

세제, 금융, 청약, 재개발‧재건축 등 투기수요를 몰아내기 위한 규제들이 총망라된 만큼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인 ‘시장 안정화’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실제로 고공행진 하던 강남권 집값과 재건축 시장은 급등세를 멈추고, 갭투자자는 설자리를 잃었다. 또 1순위 청약 요건을 강화하면서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하던 청약시장 거품이 꺼진 반면 무주택자들은 가점 비율이 올라 과거보다 당첨 확률이 더 높아졌다. 8‧2 대책 시행 후 ‘로또 청약’이라는 유행어까지 탄생했다. 정부의 집값 억제 기조로 인해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뜻이다.

노우창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기획실장은 “대책 이후 청약 시장은 무주택자 위주로 재편돼 갔다”며 “무주택자들의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시도가 적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영향만 줬다고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 속속 발견된다. 이전보다 상승폭 축소란 단편적인 수치상 집값 안정화에 성과를 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점에서 ‘완전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문제로 서울의 집값은 승승장구한데 반해 지방의 집값은 되레 뒷걸음질 쳤다.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이전 4.47%보다 커진 6.60%의 상승폭을 보여 대책 시행 이전 1년간 상승폭보다 높았다. 반면 지방은 0.01%에서 하락 전환한 마이너스 1.70% 낙폭을 기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책 시행 후 일정한 조정 기간을 거쳐 주택 가격은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서울 및 수도권 일부지역 등은 규제를 강화하자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비해 지방은 과잉공급과 지역경제 악화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장 양극화를 초래했다.

특히 울산과 거제는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조선업 등의 몰락으로 집값이 곤두박질쳤고. 충청권과 경북권은 주택물량 과잉공급이 하락세에 일조했다. 그 결과 8.2 대책 이후 광역시 중에서는 울산이 –5.21%로 낙폭이 가장 컸고, 그 외 경남(-6.22%), 경북(-4.43%), 충북(-3.74%), 충남(-3.64%) 순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청약 시장에도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무주택자 사이에도 양극화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주택 기간이 긴 4050세대의 당첨 확률은 훨씬 높아졌으나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은 2030세대는 당첨 확률이 낮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TV‧DTI 강화로 대출 문턱까지 높아져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인 4050세대에 비해 주택을 구매하기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였다.

결정적으로 보유세율은 놔두고 양도세만 인상한 것은 수세에 몰린 투기세력에게 일종의 선택권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유한 아파트를 팔지 않고 임대사업으로 돌릴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 수요가 넘쳐나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공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정부가 뒤늦게 보유세를 강화했지만 그 사이 투기세력은 방치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8‧2 대책은 규제의 양을 고려하면 부동산 규제 종합세트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요소와 요소가 정밀하게 연동되는 부동산시장에서 정밀한 효과를 내기 위해 정책을 질적으로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부재했던 것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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