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현 G&C Factory 전략적 파트너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면 큰 주인 이름으로 일을 해야 한다. 삼성에서 일한다고 하거나 SK에서 일한다든가 혹은 해외 유명 대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일한다든가 등 인상적인 이름의 기업에서 일해야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람 대접 받는다.

매월 3000만원을 순수입으로 벌어도 대기업 다니면서 매월 500만원을 받는 이보다 초라하고 무능한 것으로 착각 받기 십상이다. 큰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멋져 보이는 삶을 사는 게 맞을지 실속 있는 삶을 사는 게 맞을지는 각자 개인의 가치관에 달려있지만,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신이 큰 조직 혹은 유명한 조직에서 일한다고 해서 곧 당신이 유명하거나 유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스타트업 대표가 대기업을 다니면서 고속승진 등으로 잘 나가던 어느 날 돌연 사표를 던졌다. 왜 그랬을까. 그의 말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수년간 그는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어디를 가든 대우를 받았고 어디를 가든 행세를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곧 그만큼 유능하고 대단한 사람인 것으로 착각이 들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만약 어디를 가서 자신의 소속 기업명을 밝히지 않고도 사람들은 과연 그를 인정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유명 기업의 이름을 팔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아닌 자신이 속한 조직의 유명세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혼자 대단한 사람인 양 착각을 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부유하고 강력한 주인 밑에서 수년간 일을 하다 보니 곧 자신이 그 조직의 수장인 것으로 착각하고 살았고,  사실 그는 보잘것없는 ‘하인’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됐다.

특히 청춘을 조직 위해 다 희생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돌아본 자신은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 물론 대기업에서 배운 경험들이나 인맥이 의미 없었다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누군가 다른 이를 위해 일하고 자신 스스로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치를 구현한 게 사실상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홀로서기를 하며 창업을 한다는 것이 외롭고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잘 나가던 대기업을 뒤로하고 퇴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창업을 하고 사업을 운영해 보니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하루는 너무도 힘들어서 왜 그 좋은 회사를 퇴사했을까 자책도 많이 하며 후회감이 몰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사업을 정년퇴직한 후 일구려고 했다면 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다음 날 또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생하기를 3년. 지금도 여전히 쉽지는 않으나 그간 해온 고생 덕분에 그래도 1인 기업만 같던 기업체가 직원 수도 꽤 늘었고 기업다운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는 것이 너무 흐뭇해 하고 있다.

큰 조직에서 일하던 작은 조직에 일하던 우리는 자칫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쉽다. 어느 날부턴가 상사와 다퉈가며 의미 있는 가치를 구현하기보다는 적당히 타협하고 기분 맞추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조차 든다.

튀어나온 못은 두들겨 맞는다는 말처럼 너무 튀는 것보다는 적당히 묻혀 지내는 것도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고 여러모로 고민거리가 덜 한 것 같다.

몇 년 전 퇴사한 모 차장 얘기를 들으면서 더욱 조직에 매달려야 할 것 같다. 모 차장은 자신감 갖고 퇴사하고 힘차게 창업하는가 싶었는데 뭔가 사업이 잘 안 됐다. 아무래도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시키는 대로 일해 오는데 익숙해져서인지 어디 가서 자신의 회사명을 대도 예전 큰 기업에서 일할 때 받던 조명을 전혀 받지 못하자 매일 매일 위축되었다.

그러다가 자신감도 잃고 사업도 잘 안되어 접을 수밖에 없었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결국 중소기업에 경력사원으로 다시 간신히 들어간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러면 더더욱 현재 소속된 조직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정답인 양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 어느덧 자신의 창의성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은 사라져버리고 시키는 것만 잘하는 사람이 돼버린다. 일정 나이가 돼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도 두렵고 혹여 실패라도 할까 두렵기만 하다.

최근 들어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수명도 길어지고 예전처럼 간신히 정년에 도달한 후 퇴직 후 손자 손녀나 돌보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알리바바의 유명한 창업자 ‘마윈’은 40대에서 50대에는 새로운 것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고 60대가 되면 퇴직 후 자손들이나 돌보라고 얘기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손자 손녀나 돌보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축적한 부라도 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사회 안전망만 믿고 살아가기도 너무 위험하고 퇴직 후 10년에서 20년을 더 살게 될 때 너무도 무료하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삶을 살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매번 어느 조직에 고용되기만을 기대하기도 쉽지는 않다. 왕년에 잘 나간 사람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면 할수록 더욱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영양 상태들도 좋아지고 일할 수 있는 연령도 그만큼 연장돼 평생을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살아가기만을 고집할 수 없다. 그렇기에 창업은 그것이 크든 작든 젊을 때이든 나이가 든 때이든 자신에게 몇 번쯤 찾아올 화두이다.

그런데 이를 언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수동적으로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전전긍긍하기만 하다가 갑작스럽게 준비 없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 때 위험천만이다. 그러므로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사업하기 참 어려운 환경을 개선할 생각들을 안 하면서 여기 저기서 창업 권하는 얘기들이 많이 들려오면 소셜미디어에 흔히 올라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렇게 창업 강조하는 당신은 왜 정부 혹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느냐고 비판하는 글들이 바로 그것이다.

당신부터 남의 일을 그만해주고 창업하지 그러냐는 비아냥도 그래서 나온다. 장관이나 차관이 TV에 나와 창업하십시오 하고 권하면 창업 그렇게 좋은 거면 당신부터 당장 장관직 차관직 그만두고 창업하지 그러냐고 비판들을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고용되어 일하는 이가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그 사람이 창업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은 정말 평생 남을 위해서만 일하다 갈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믿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도전해볼 것인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남을 위해 일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해서 가고 싶은 길이 있을 수 있는데 남의 심부름 해주는 것으로만 삶을 마감하기에는 아깝지 않으냐는 것이다.

모두가 창업하고 모두가 다 중소기업 사장이 될 수 없을지는 모른다. 누구나 일정 시기 남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고 그게 절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본인이 구현하고 싶은 가치가 있거나 죽기 전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창업은 남의 얘기는 아니다.

전혀 준비 안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퇴사하여 어쩔 수 없이 하는 창업이야말로 더 위험하고 불안한 것이다. 생계형 창업이냐 혁신형 창업이냐를 따지는 생계형 창업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창업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멋져 보이려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부유한 주인을 위해 일하는 자신이 사실은 후광을 업고 살아갈 뿐이고 더 이상 자기 발전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야말로 창업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할 때가 아닐까 한다.

남의 일 해주는 게 더럽고 치사해서가 아니라 결국 자신의 것을 해나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가치를 구현하고 싶은지 자문하고 그 가치를 구현하고자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업의 성공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을 위한 창업보다는 가치를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수익도 극대화시킬 수 있다면 본인에게도 좋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것이리라. 그래서 창업은 좋든 싫든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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