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워 기자] 앞으로 조세 회피 목적의 차명계좌로 증여세를 내야 할 때는 명의를 빌려준 수탁인이 아닌 실제 소유자인 신탁인이 납부 의무를 져야 한다.

재산의 실소유자에게 과세 의무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불법 차명계좌가 생겨날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30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를 때 명의자가 그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매기는 제도다. 실제 소유자가 명의신탁으로 조세를 회피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증여세 납부 의무를 지는 명의 대여자 상당수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재산 신탁을 강요받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재벌 총수들이 기업의 임원 등 부하 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명의를 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소유자가 아닌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대부분 수탁자는 신탁자에 비해 '을'의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증여세 납부의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 4조5천억원 등 일부 재벌의 명의신탁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는 했지만 차명재산은 재산신탁자와 명의대여자 간 '침묵의 카르텔'로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명의신탁 행위가 강요로 이뤄졌다고 해도 재산 신탁자는 조세 회피를 위해, 명의 대여자는 증여세 회피를 위해 차명계좌 운용 사실을 철저히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납세 의무를 실소유자가 부담하도록 하면 명의 대여자가 과세 의무에서 벗어나게 돼 재산 신탁자와의 견고한 '담합'이 깨질 수 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납부의무자가 실제 소유자로 변경되는 것은 내년 1월 1일 이후 증여받은 것으로 보는 증여의제 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실제 법 시행일인 내년 이전에 발생한 증여의제는 모두 과거 규정과 같이 명의자가 증여세 납부의무자이며 실제 소유자는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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