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계속된 폭염으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용산 전자랜드에 진열된 다양한 제품의 에어컨.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1.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 에어컨이 필수가 됐는데 8시간 이상 사용하면 전기료 폭탄을 맞을 것이란 소문이 돌아 그 이상 쓰기가 겁이 난다. 마음껏 쓸 수 있게만 해줘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거주, 주부 김씨)

#2. “학교 도서관 공사 기간이라 자취방에서 학업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벽걸이형 에어컨은 출력이 약해 온종일 틀어놔야 하는데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두려워 껐다가 켰다가를 반복하며 사용하고 있다” (광주 북구 중흥동 자취, 대학생 윤씨)

#3. “다리가 불편해 찜통더위에 경로당에도 가질 못하는 형편인데 서울 사는 아들이 전기료를 아끼려면 에어컨 사용을 절약해야 한다고 해서 자제하고 있다. 슬라브 지붕의 단독주택이라 여름엔 고열에 그대로 노출돼 매일 땀을 한바가지씩 쏟고 있다” (대전 유성구 화암동 거주, 노인 정씨)

본지 기자가 지인들에게 “이번달 집에서 에어컨을 얼마나 사용하느냐”고 묻자 이 같이 하소연했다. 이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린 7월 전기요금 고지를 앞두고 대다수 국민들이 가정용 에어컨 사용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전기료 누진제’ 때문이다. 전기료 누진제란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 단가를 높이는 제도로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게 특징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은 3단계, 누진율 3배로 적용된다. 전력사용량 1단계(200kWh 이하)는 기본요금 910원에 kWh당 93.3원, 2단계(201~400kWh)는 기본요금 1600원에 kWh당 187.9원, 3단계(400kWh 초과)는 기본요금 7300원에 280.6원이 부과된다.

이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서 여름철 가정용 에어컨을 8시간 사용하면 전기료가 20만원 가까이 나오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시행되는 누진율을 적용해 계산해보면 월평균 350kWh 사용하는 도시거주 4인 가구가 여름철 1.8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에 8시간 사용 경우 한 달 전력사용량은 782kW, 전기료는 19만860원이 부과된다.

같은 조건에서 전력을 3시간30분 사용할 경우 6만3000원, 5시간 30분 사용하면 9만8000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8시간 기준을 넘어가면 전기료 상승이 가팔라진다. 에어컨을 하루에 10시간씩 사용하면 24만원대, 12시간씩 사용하면 30만원대로 상승한다. 

누진제는 지속적으로 개편돼왔다. 국제 유가와 전력수급 여건에 따라 3∼12단계, 1.6∼19.7배로 누진단계와 누진율이 계속 변동됐다. 박근혜 정부 중반까지만 해도 누진단계 6단계, 누진율 11.7배를 적용하기도 했다. 2016년 7~8월 ‘전기요금 폭탄’ 문제가 불거지자 그 해 12월 급하게 누진제 구조를 3단계로 완화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의 실생활 체감 수준은 낮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세대주 신씨는 “누진제는 과다한 전기료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인데 현재 상황으론 국민 실생활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전력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 전력업계 전문가는 “올해 폭염이 극심해지면서 하루에 8시간 이상 사용하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요금 상승 곡선이 가팔라지는 구간이 실제 폭염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이달 요금 폭탄을 맞는 세대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기요금 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면서 곳곳에서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에는 서울 거주자 5368명이 한국전력공사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달 27일 기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제 폐지 관련 청원이 300건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에어컨 전문가들은 가마솥폭염에 누진세 폭탄을 우려하는 가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에어컨 적정온도와 에어컨 사용 방법에 따라 전기료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 에어컨 전문가는 “에어컨 온도를 26도로 설정하면 한 달에 많게는 10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며 “또한 실외기 작동을 가능한 빨리 정지시키는 것도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팁 중 하나로 풍량을 최대한 강하게 해 희망온도에 도달하면 끄는 것이 요금 절약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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