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최대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원전에 기댄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사진은 울진 원전.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기록적인 폭염으로 최대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예측한 전력수요가 여러 차례 빗나갔음에도 후속 대처엔 안일한 자세로 일관하면서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본적으론 정부가 내세운 탈원전 기조에 '구색 맞추기식' 정책을 펴면서 현실에 유연한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거래소 실시간 전력수급현황에 따르면 25일 최대전력수요는 9040만kW를 기록했다. 예비력과 예비율도 각각 890만kW, 9.8%로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날인 24일엔 오후 5시 기준 최대전력수요는 9248만kW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비력은 709만kW, 예비율은 7.7%로 추락했다.

정부가 예측한 전력수요가 계속해서 빗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는 8750만kW였다. 하지만 2개월도 채 안된 올해 2월 6일 난방수요 증가로 최대전력수요는 8824만㎾를 기록하며 깨졌다.

정부는 올 여름 전력수급대책을 통해 최대전력수요 전망치를 다시 8830만㎾로 올렸으나 이마저도 여지없이 빗나갔다. 

지난 23일과 24일 연이어 역대 전력수요 최고치를 갱신했다. 지난주 금요일인 20일 8808만kW을 기록한 최대전력수요는 23일 9070만kW를 내더니 하루만인 24일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장마기간이 예년에 비해 짧아졌고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정부가 예상한 올 여름 최대 예측치 초과로 전력예비율이 7%선으로 밀리면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에 대한 우려까지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력수요에 지속적으로 차질을 빚는 원인은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할 정부가 정책 이념에만 사로잡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정확한 계산과 유연한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탈원전을 고수한 정부가 최근 원전 운영을 재개한 것은 그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수원은 지난 5월 18일부터 계획예방정비를 실시한 한울4호기가 이달 20일부터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정지중인 한빛3호기, 한울2호기도 전력피크 기간(8월2~3주차) 이전에 재가동할 방침이다. 한빛1호기와 한울1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착수는 전력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됐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기 불안정한 전력수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탈원전’을 고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3020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탈원전-신재생’을 에너지정책의 모토로 내걸고 추진해왔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슈가 될 때마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은 물론 전기료 인상도 없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를 두고 에너지업계에서는 ‘멀쩡한 원전을 조기에 폐쇄하더니 전력이 모자랄 것 같자 다시 원전에 손을 벌리고 있다’, ‘탈원전을 외친 정부가 다시 원전에 기대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사태가 이러함에도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자 결국 원전을 의지하고 있다’는 비판은 “왜곡된 것”이라고 정면으로 응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원전 가동상황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이 있다”며 “산업부가 전체적인 전력 수급계획과 전망, 대책에 대해 국민들께 소상히 밝혀드리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잘못된 전력수요 예측으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력예비율도 한자릿수로 떨어졌다”며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력 예비율이 블랙아웃 수준에 가까워지는데 전력당국이 ‘수요감축요청(DR)’을 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점도 그중 하나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25일 산업부 간담회에서 “당초 기상청 예보와 달리 극심한 폭염이 지속되면서 정확한 전력수요 예측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예비력으로 DR 없이도 여름철 전력수급을 차질 없이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기업이 피크 시간에 전기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이를 보상하는 정책인 DR은 현재가 시행 적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부가 DR 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위기’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거나 ‘기업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 당국은 요건이 갖춰지면 DR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며 “1년 사이 여러 차례 전력수요 예측이 빗나간 것을 고려하면 백운규 장관의 결정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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