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혼다코리아가 지난 5월 중형 세단 '어코드'의 10세대 모델을 출격시키며 붙인 수식어가 있다. '압도적 자신감(앱솔루트 컨피던스)'이다. 

어코드는 1976년 첫 출시된 이래 전세계 160여개국에서 2000만대 이상 판매된 명실상부한 '월드 베스트셀링 중형 세단'이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차례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10세대 어코드만큼 '파격적'인 경우는 드물다. 디자인은 젊고 다이내믹하게 바뀌었다. '무난함'이 최선의 전략인 중형차 시장에서 튀기보다는, 묵묵하게 자리를 지켜오던 어코드였다. 하지만 완전변경(풀체인지)를 거치며 스포티하고 날쎈 인상을 구현했다. 

파워트레인은 기존의 고배기량 엔진(2.4리터, 3.5리터)에서 벗어나 '다운사이징'됐다. 1.5리터의 터보와 2.0리터의 터보 스포츠로 운영되지만, 달리기 성능과 연료효율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하지만 의구심은 존재한다. 제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혼다코리아의 자신감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

10세대 어코드의 디자인은 '젊어졌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다이내믹한 곡선으로 다듬어진 전체적인 실루엣은 볼륨감이 넘친다.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4879mm, 1859mm, 1450mm, 휠베이스는 2829mm다. 저중심 설계가 새롭게 적용돼 이전 세대보다 전고는 15mm 낮아졌고, 전폭과 휠베이스는 각각 10mm, 55mm 늘어났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전면부는 혼다의 차세대 시그니처 페이스인 '솔리드 윙' 디자인의 프론트 그릴이 적용됐다. 필러에서부터 노즈로 연결되는 매끈한 보닛 디자인은 차체가 커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준다. 시인성과 효율성이 장점인 풀 LED 헤드램프와 LED 안개등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구현한다.

측면부는 날렵한 루프라인이 단연 돋보인다. 뒤쪽 지붕에서부터 트렁크 부분까지 완만한 곡선으로 떨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이 적용된 덕분에 당장이라도 앞을 향해 치고나갈 것 같은 속도감이 느껴진다.

후면부는 어코드를 상징하는 'C'자형의 리어 콤비네이션이 디자인 포인트다. LED를 사용해 한층 입체적인 인상을 준다. 레이저 용접 기술이 적용된 캐빈은 한층 세련되고 다이내믹하다.

실내 인테리어는 개방감 있는 '콘서트홀'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넓찍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돌출됐다. 센터페시아 정중앙 상단부에 당당히 자리잡고 중심축 역할을 한다.

크롬 도금과 실버 데코레이션 등의 소재는 현대적이면서도 고급스럽다. 길고 큼직한 암레스트는 적절한 위치에 있어 운전 중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터보 모델은 터보 스포츠 모델의 버튼식 기어시프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기어봉 디자인으로, 조작이 익숙하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에서는 주행 편의성을 강조한 혼다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양손으로 쥐었을 때, 엄지 손가락이 닿는 부분의 홈을 더 깊게 디자인한 부분은 조작을 한층 부드럽다.

모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한글화되면서 조작성과 시인성이 한층 개선됐다.

이전 세대보다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2열 공간은 넉넉한 주거성을 확보했다. 1열과 2열 모두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할 수 있다. 정통 패밀리 세단의 본분을 여전히 잘 지키고 있다.

신형 어코드의 적재공간은 473리터로, 2열 시트를 접으면 더욱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2.4리터 가솔린 엔진에 대응하는 터보 모델은 무단변속기와의 조화로 최고출력 194마력, 최대토크 26.5kg.m의 동력성능을 확보했다. 1465kg의 덩치에 비해 심장이 작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출력은 오히려 강력해졌고 안정적인 주행감은 그대로 옮겼다. 최고출력 189마력, 최대토크 25.2kg.m의 힘을 내는 2.4리터 모델보다 더욱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키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저중심 설계를 기반으로 차제가 낮아졌지만, 시야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주행 모드는 일반, 스포츠, 에코 모드 3가지로 구성된다. 주행하는 동안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밟는 만큼 치고 나가는 것도 모자라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하면 미세한 변화가 느껴진다. 엔진 소리는 터프해지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예민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달리는 맛이 쏠쏠하다. '1.5리터'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은 듯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지만 정확하게 움직인다. 단단한 차체 하부는 중심을 잡아줘 코너링 구간이나 고속 구간에서도 흔들림이 없이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나간다.

울퉁불퉁한 요철 구간을 지나갈 때에는 잔진동을 잘 흡수한다. 발 끝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제로'에 가깝다. 외부 소음은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차단된다. 프론트 도어와 지붕, 도어 필러부 곳곳에 소음을 흡수하는 방음제를 부착한 덕분이다. 또 혼다 독자 기술인 휠 레조네이터를 적용해 노면 소음도 저감시켰다.

운전 중 계기판에 '운전자 주의력 레벨 저하 휴식을 취하십시오'라는 문구와 찻잔 모양의 그림이 나타났다. '운전자 졸음 방지 모니터' 기능이다. 운전자의 스티어링 조작량을 모니터해 주의력 정도를 4단계로 판단하고, 각 레벨에 따른 정보를 계기판에 표시해 준다. 또 스티어링 휠에 강력한 진동을 울려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이외에도 EPB 앤 오토홀드,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조주석 파워시트, 멀티 앵글 후방카메라 등의 편의사양이 탑재됐다.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와 차선유지보조장치(LKAS) 등 '혼다 센싱'이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서울과 대전 등 약 500km 구간을 오가는 동안 연비는 공인연비 13.9km/ℓ보다 높은 17.1km/ℓ를 달성했다. 시승 내내 에어컨을 켜고 달린 점을 감안하면 눈여겨 볼 만한 경제성이다.

과거에는 무뚝뚝한 패밀리 세단 이미지가 강했다면, 신형 어코드는 젊은 세대까지 포섭할 수 있도록 세련되게 재탄생했다. 물론, 패밀리 세단이 갖춰야 할 정숙성과 실내 거주성 등의 덕목은 여전히 잘 챙기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피눈물 나는 다이어트를 거쳐 더욱 탄탄하고 건강해졌다. 더 빠르고, 힘차게 달려나간다. 연비도 한층 향상됐다.

수입차로는 드물게 '가성비'도 챙겼다. 어코드 터보의 판매가는 3640만원으로, 국산 준대형 세단과 맞먹는 가격이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가격 어느 부분에서도 빠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한 혼다 어코드가 세단 시장에 불고 올 돌풍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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